신주 발행시 기준 주주 지분율 희석…주가 하락 불가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고려아연의 주가가 지난 30일 유상증자 소식에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31일 장 초반에도 20% 가까이 빠지면서 이틀 연속 급락하고 있다. 개장과 동시에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다. 시장의 관심은 고려아연의 주가 향방에 모아지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분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보다 21만1000원(19.52%) 내린 87만원에 거래되며 90만원대도 붕괴됐다. 

고려아연은 전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약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시가 대비 30% 할인된 가격에 신주 373만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주 발행 물량의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동시에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청약자들은 공모주식 수의 최대 3%를 넘겨 배정받을 수 없도록 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기관이나 외국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규모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급작스럽게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든 건 MBK·영풍 연합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것으로 여겨지면서다. 표 대결을 앞두고 이들의 지분을 희석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은 최윤범 측 35.46%, MBK·영풍 측 38.4%로 추정된다. 양측간 지분차이는 약 3% 남짓한 수준이다. 유상증자를 통해서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고려아연은 영풍·MBK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주가가 폭락하면서 금융당국도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날 “유상증자는 고려아연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라며 “투자자 보상 문제, 증자 가격 산정 방식 등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해 유상증자 계획을 제지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계획과 관련해 2차례에 걸친 정정신고서를 요구해 이를 철회시킨 바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는 기업 투명성 제고, 상장폐지 가능성, 주가 변동에 따른 주주 피해 최소화 등을 위해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신주를 발행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에 주가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면서 “신주 발행가액은 67만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종 공모가는 청약일 전 과거 3~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에 할인율 30%를 적용해 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오는 12월 청약 시점 공모가가 50만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MBK·영풍 연합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분쟁 상대방 지분율 희석, 우리사주조합 배정을 통한 우호지분 확보 등을 노린 편법·탈법”이라며 맹비난하며 법적 조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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