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주민에게 다다르는 진정한 햇볕정책만이 통일 가능케 해
자유경제원은 2일 리버티홀에서 지난 8월 새로이 출범한 마포시대를 기념하여 ‘대한민국의 자유주의를 말하다’ 세미나를 개최했다. 자유경제원은 자유경제원의 원론이자 원칙인 자유주의를 다시 한번 검토해보자는 취지로 세미나 자리를 마련했다. 발제자로 나선 배진영 인제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이슈라 할 수 있는 성장과 통일에 대한 자유주의자의 관점을 피력했다. 배 교수는 “자유는 성장과 통일의 수단이 아니다”라면서 “자유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한국경제의 눈부신 성장에 대하여 배 교수는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에 의해 유발된 또는 촉진된 개인들이 이룩해낸 성취라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했다. 아래 글은 배진영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배진영 인제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대한민국의 자유를 말하다
–자유 그리고 성장과 통일-

우리에게 광복 70년은 번영의 역사였고, 분단 70년은 아픔의 역사였다. 지난 70년 우리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시장경제를 기본 경제질서로 받아들여 각자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다듬어 왔다. 그 결과는 눈부셨다. 어느 누구도 과거와 같이 우리의 영토를 함부로 넘볼 수 없을 정도의 국력으로 신장시켰다. 우리가 중국을 업신여길 수 있었던 지난 50년의 대한민국 역사는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지 의문이다.

1. 자유는 성장과 통일의 종속적이거나 수단적인 가치가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50년 전 ‘우리도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로 대한민국 경제의 주춧돌을 놓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해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구호로 통일지상주의가 대통령의 신념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리고 60년 전 김일성이 섰던 천안문 망루 그 자리를 우리의 대통령이 중국 주석과 함께 했다.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중국과 논의하겠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발전의 국부로 추앙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의 국모로 추앙받고 싶은 욕심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제구조, 다원화된 사회구조, 시민들의 넘치는 복지 요구, 그리고 세계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그의 임기 내 가시적인 경제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청와대는 충분히 헤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과 통일은 해방 전후 세대에 주어진 과제였고 우리가 성취해야 할 민족 최대의 가치로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 자유는 이를 위해 어느 정도 희생해도 되는 성장과 통일의 종속적인 또는 수단적인 가치로 전략하고 만 느낌이다. 자유는 언제나 공짜로 우리 곁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처럼 천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의 주춧돌을 본격적으로 놓고자 하는 지금, 성장과 통일 그리고 자유의 가치를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에게 자유는 성장과 통일의 수단적인 가치에 불과한가?

2. 경제성장이 한국의 자유에 기여한다고 또는 기여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가?

공동선 추구를 위해 요구되는 사회적 기본가치에는 자유, 정의, 안전, 진보가 있다. 어떤 가치가 우선되어야 할지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선택할 문제이지만, 역사는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삼은 자들의 편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성장은 공동선을 위한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며, 사회적 기본가치의 구현을 위한 수단적 가치이다. 그러므로 성장은 자유를 확산시킬 수도 있고 훼손할 수도 있다. 자유를 진정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면 성장 일변도의 주장은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특히 성장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경제정책은 언제든지 개인의 자유를 훼손시킬 수 있다. 이점에서 자유주의라면 성장일변도의 경제정책 요구는 지양되어야 한다. 이 점이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를 구분하는 여러 기준 중 하나이다.

   
▲ 집권 하반기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특징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안보와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신뢰외교로 국제적 위상을 강화한 것은 물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통일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확산시켰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그러나 한국의 예를 들면서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과 자유 신장의 관계에 관한 질문은 자유주의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한국은 정부주도에 의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는 정부에 의한 개인소유권 침해, 강제저축, 차별적이고 자의적인 산업·금융·재정 정책, 지나친 규제 등으로 침해받았다. 그렇지만 한국의 경이적인 경제적 번영을 가져오게 한 배경에는 정부의 다음과 같은 시장친화적인 정책들이 있었고 이것이 한국의 자유주의에 기여했다고 판단한다. 첫째, 정부가 북한과의 체제경쟁을 위해 절실했겠지만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초등학교부터 주입시킨 것이 개인으로 하여금 성취동기와 책임의식을 강화시켜 경제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둘째, 정부는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제도 마련과 대외개방 정책을 통해 급속한 자본축적을 구축하였고 이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서 취한 정책이 바로 시장경제 질서의 밑거름이 되었다. 셋째, “우리도 잘 살아보자”라는 지도자의 한 마디에 사람들이 미래를 향한 부푼 꿈을 갖게 했다는 것은 정부가 개인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시간선호율을 낮추어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게 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시장친화적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이라 말할 수 있다. 넷째, 경제발전의 초기 정부의 적극적인 사회간접자본의 구축은 지역 간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여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시장경제의 확대와 기업가정신의 고취에 기여했다.

따라서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정부가 주도했다고 말하기보다, 정부의 시장 친화적인 정책에 의해 유발된 또는 촉진된 개인들이 이룩해낸 성과라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 경제발전 초기 이를 위한 정부정책이 자유 신장 또는 시장경제의 확산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수 있음을 한국의 경험이 보여준다.

3. 자유에 기여할 수 있는 평화통일 전략은 무엇인가?

(1) 자유 없는 통일 vs 통일 없는 자유

독일이 통일되고 모든 동구권 국가들이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한 1990년, 한반도도 곧 통일될 것처럼 들뜬 적이 있다. 그 후 25년이 지났지만 한반도의 정세는 북한이 핵무기를 안고 똬리 틈으로써 통일은 더욱 요원해진 듯하다. 중국이 경제, 군사, 정치 대국화하고 있고, 북한은 무력도발을 심심찮게 감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끈질기게 우리의 아픈 과거를 헤집고 있어 한국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모양새다. 그래서 한반도의 분단을 안타까워하면서 어떻게 하든지 통일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현 정권의 욕심이 가미되면서 그 세를 얻는 듯한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자는 통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여기에 어떤 실천적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통일은 사회적 기본가치도 아닐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같은 절차적 가치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우리가 이루어내야 하는 한민족의 과업일 뿐이다. 자유 없이는 살 수 없지만, 통일 없이는 살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통일은 자유주의 토대를 훼손하면서 더 나아가 이를 붕괴시키면서까지 이루어내야 할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아니다. 통일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이라는 강변으로 통일 여론을 형성하면서 밀어붙일 일은 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주의자들이 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자유 시장경제의 토대 위에서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2) 지난 좌파성향의 두 정권은 거짓 햇볕정책이었다

얼마 전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대응이 얼마나 효과적인 대북 전략이었음이 증명되었다. 자유 시장경제 토대 위에서 평화통일을 성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북한의 내부 붕괴와 주변 강대국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두려움 완화뿐이다. 후자를 위한 외교 전략은 경제학자로서의 필자가 언급할 일은 아니다. 북한의 내부붕괴는 햇볕정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자유주의자인 필자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이 이상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 당시 두 정권의 햇볕정책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햇볕정책이라 말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햇볕정책의 진정한 의미는 햇볕을 조금씩 쬐어줌에 따라 자신의 겉옷을 스스로 벗는 것이다. 그것이 내부붕괴이다. 간악한 북한의 평양정권은 독일통일의 과정을 보면서, 햇볕의 무서움을 알았고 어떤 경우에도 햇볕이 스며들지 않도록 내부 장막을 철저히 쳤다. 지난 좌파 성향의 두 정권은 햇볕정책이라고 하면서도 한줄기 햇볕도 북한 주민에게 쬐어주지 못했고 햇볕을 차단할 수 있는 장막 비용만을 북한에 지원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두 정권이 취한 햇볕정책 전략의 실패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햇볕정책은 결코 아니며, 햇볕가림정책이었을 뿐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능력은 이를 증명한다. 통일을 위한 햇볕정책의 의미가 결코 사라지지 않았으며, 햇볕정책만이 자유평화 통일을 가능하게 한다.

(3) 진정한 햇볕정책만이 자유평화 통일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햇볕정책을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첫째, 햇볕정책의 기본은 우리의 체제가 북한보다 월등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햇볕을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햇볕은 북한의 핵무기보다 훨씬 강력하고 효과적인 무기이다. 핵무기의 사용은 자멸을 의미하지만, 햇볕은 스스로를 드러내면서 상대방을 소리 없이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힘이 북한을 압도할 정도로 유지되지 않는다면 햇볕의 힘은 잃어버리고 만다. 북한의 힘이 강해지면, 언젠가 북한이 대북확성기에 코웃음도 치지 않을 때가 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둘째, 모든 남북한 경협과 교류는 북한주민에게 다다를 수 있는 햇볕과 철저히 연계해야 한다. 북한주민과는 관련이 없고 단지 북한체제의 유지 강화와 평양세력들의 안위만을 위한 협력과 교류는 용기 있게 중단해야 한다.

   
▲ 배진영 인제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이슈라 할 수 있는 성장과 통일에 대한 자유주의자의 관점을 피력했다. 배 교수는 “자유는 성장과 통일의 수단이 아니다”라면서 “자유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북한주민에게 직접 다다르는 진정한 햇볕정책만이 자유통일의 길"이라고 강조했다./사진=미디어펜

셋째, 북한정권이 탐지하기 어려운 또는 겉으로는 잘 들어나지 않는 방법으로 북한주민들에게 북한 외부의 정세와 한국의 실상 그리고 북한 정권의 무자비함과 난폭함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스위스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 김정은은 자유국가의 달콤한 초클렛 맛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이것이 북한의 내부붕괴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는 엄청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넷째, 북한의 인권문제는 북한주민과 직접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햇볕정책은 북한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UN이 공식적으로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하고서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인 만큼, 우리 정부는 UN 기구와 적절히 협조하면서 북한주민이 조금이라도 따뜻한 햇볕을 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맺음말

대한민국은 정부에 의한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경제성장에 성공했다. 이제 우리는 개념 있고 일관된 햇볕정책으로 자유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성장과 통일은 결코 자유와 어깨를 같이 하는 가치는 아니다. 자유는 성장과 통일보다 상위의 가치이다.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으로부터 자유가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고, 자유 없는 통일보다 통일 없는 자유를, 통일 없는 자유보다 자유와 함께 하는 통일을 선호하는 젊은이가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배진영 인제대 경제통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