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이달 말 예상되는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메모리 사업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턴키(일괄 수주) 전략에서 한발짝 물러서 고부가 제품인 메모리 사업에 방점을 찍겠다고 밝힌 만큼 이에 맞춘 조직 쇄신에 돌입한 것이다. 

   
▲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사진=미디어펜DB


5일 업계에 따르면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본격적인 쇄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달 중순까지 DS부문 임원들을 순차적으로 만난다. 지난 8월 사내 공식 메시지를 통해 부서간 소통 부재 문제를 꼬집은 전 부회장이 소통 강화를 통해 조직을 쇄신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시스템LSI·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쇄신 작업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쇄신 작업에서는 턴키 전략을 일보 후퇴하고 메모리 사업부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전 부회장은 지난 7월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AVP팀 일부 패키징 인력을 HBM 개발팀으로 이동시켰다. 또 시스템LSI 인력 중 시스템온칩(SoC) 사업부 팀을 메모리사업부에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모리 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다.

또 연말 인사에서 DS부문 사장단이 대폭 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사장단으로 박용인 시스템LS 사업부장과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간 턴키는 삼성전자 DS 부문의 핵심 전략이었다. 반도체 설계부터 파운드리까지 모두 한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는 것은 삼성전자의 큰 자부심이었다. 고객 입장에선 맡기기만 하면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 받으니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4조 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낸 데다가 파운드리 사업부에선 1조 원 중 후반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모리 사업부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파운드리도 적자폭을 감소하기 위해 인력 감축은 물론 생산 설비 가동을 연이어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이 지난달 잠정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낸 만큼 대대적인 쇄신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메모리 사업 강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메모리 사업부 수익성 제고를 위해 6세대 HBM4부터는 대만 TSMC와 손을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댄 코흐파차린 TSMC 에코시스템 및 동맹관리 헤드는 지난 9월 "삼성전자와 HBM을 공동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고객 요구에 따라 내·외부 상관 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양사 협력의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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