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환율 급등 변수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물가상승률이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했다.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연말까지 2%대의 안정적인 물가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물가 측면만 봤을 땐 인하 환경이 충족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현 가계부채 상황과 원‧달러 환율 급등 요인이 추가 금리인하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 기준금리 인하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8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달 한은은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연 3.25%로 0.25% 포인트(p) 인하했다. 앞서 한은은 작년 1월 0.25%p 인상을 마지막으로 올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이 실제 피벗에 나서면서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지속했던 긴축기조는 38개월 만에 종료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6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상승했다. 2021년 1월(0.9%)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2.9%) 3% 아래로 내려온 뒤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9월(1.6%)부터는 1%대로 떨어졌다.

앞으로 물가는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5일 ‘물가상황 점검 회의’에서 “물가안정 기반이 견고해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향후 물가 경로는 근원물가가 2% 부근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측면에서만 봤을 때 추가 금리인하 환경이 충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데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되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추가 금리인하 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1조원 대까지 감소했지만,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은 6조원 내외로 확대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 812억원으로 전월(730조 9671억원)과 비교해 1조 114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지난달 말 기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약 6조원 늘었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8월 9조 8000억원 확대되며 3년 1개월 사이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9월 증가액은 5조 2000억원으로 축소됐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압박에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대출수요가 상호금융과 보험‧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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