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대출 및 부동산금융에 치중하는 최근 은행권의 영업행태를 또다시 지적하고 나섰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 이자마진도 상당한 가계부문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정작 기업에 대한 생산적 금융에 자금이 흐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과 소통 및 협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이 원장과 박충현 은행 부원장보, 김성태 기업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및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최근 금융권 자금흐름을 보면서 손쉬운 가계대출과 부동산 금융은 확대되는 반면, 기업에 대한 생산적 금융은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출 중심으로 이뤄진 중소기업금융의 실태를 보면 신용보다는 담보와 보증에 크게 의존하는 현상이 고착화돼 있는 상황이다"며 "설령 중소기업이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담보 없이는 원활히 자금을 공급받기 어려울 것이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제 부동산으로 흘러간 자금은 지난 2015년 말 1443조원에서 올해 6월 말 2882조원을 기록해 정확히 2배 가량 불어났다. 반면 은행의 중기대출 중 담보·보증 비중은 2015년 말 66.7%에서 올해 9월 말 80.7%까지 치솟았다.

이에 당국은 금융권이 스스로 성장성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담보, 보증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대출방식 대신 여신심사 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해 기술, 혁신성 등 기업의 미래를 감안한 대출이 확대되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 상황을 개선하고, 금융권의 자산 포트폴리오도 미래지향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다.

또 이 원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중소기업의 금융시장 구조를 자본시장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금융시장 구조를 자본시장으로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목적은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가능성을 제대로 평가받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당국은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도 충실히 추진할 예정임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일시적으로는 유동성 애로를 겪고 있지만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의 경우에는 은행들의 자체 채무조정을 적극 유인해 위기를 극복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극심한 어려움으로 폐업을 결정하는 자영업자의 고통이 최소화되도록 개인사업자 리스타트 대출 등 대환대출 지원상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