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법 존폐 기로…"혜택 대비 추가 투자 요구 가능성"
IRA 폐지 가능성에 전기차·배터리 업계 긴장…"가능성 낮아"
트럼프발 관세폭탄, 한국경제 타격 불가피…FTA 재협상 가능성도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면서 공급망 내재화를 통한 미국 내 산업 역량 강화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경제정책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 만큼 국내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배터리, 에너지 업계 등 주요산업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6일(현지시간) 전체 선거인단 총 538명 중 과반인 276명을 확보하며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미국 대선은 전체 538명 중 과반(270명)을 얻은 후보가 승리하는 구조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이익 중심의 보호주의 통상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산업계는 반도체지원법 유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기존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갈아엎을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주요 산업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에 현지 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들도 있지만, 새로운 규제 정책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을 지지하는 만큼,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쪽 업계는 오히려 반등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배터리 등 신에너지 관련 산업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기도 한다.


◆ 반도체 보조금 축소·지급 조건 강화 가능성

반도체 업계는 미국 내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유지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정한 반도체지원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 높은 관세를 부과해 외국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공짜로 설립하게 해야 한다"면서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때문에 보조금 지급 조건이 강화되거나 보조금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4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는 자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64억 달러, 4억 5000만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집권 시 보조금 및 세액공제 혜택 축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지원 혜택 대비 추가 투자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 IRA 폐지 가능성 낮아…폐지시 자동차·배터리 직격타

국내 완성차업계는 IRA 축소·폐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인 IRA를 전면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해 온 만큼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은 폐지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IRA를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신종 녹색 사기)'이라고 비판하면서 재집권 시 미집행 IRA 예산을 전액 환수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지난 2022년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보조금 지급 조건이 까다로워지거나 축소될 경우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면서 전기차 분야의 생산·투자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배터리 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트럼프 당선인은 6일(현지시간) 전체 선거인단 총 538명 중 과반인 276명을 확보하며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됐다./사진=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엑스 화면 캡처


북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국내 이차전지 업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최근 북미에 적극 진출하며 IRA 보조금 수혜를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로 4660억 원을 받았고, SK온은 608억 원을 받았다. 두 회사는 AMPC에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두 기업은 모두 올 3분기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였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할 경우 IRA 배터리 분야 지원 정책의 축소 개편 가능성이 높다"며 "친환경차 구매세액공제 및 AMPC 등의 축소 혹은 폐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폐지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IRA 보조금의 완전한 철폐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로 의회 선거 결과도 함께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 보편관세 적용시 한국 수출액 최대 61조 원 감소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등 동맹국 제품을 포함한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 관세를 10∼20%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핵심 동맹 관계까지 보편 관세를 적용해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중국산에는 60%의 고율 관세 적용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산업 기반 강화를 강조하며 일방적인 '자국 중심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한국 수출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한국의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61조7000억 원)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IEP는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의 무역수지는 1715억~4974억 달러 개선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약 0.23~0.8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상대국인 우리나라에도 보편적 관세 10~20%p(포인트)를 부과하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152억~304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제3국에 대한 관세 적용으로 해당 국가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한국산 중간재의 수입도 47억~116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 반대로 상대국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산 중간재 수입도 약 6억~28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희망을 거는 시각도 있지만 미국 무역 불균형 해소 및 자국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기존 무역 협정 재검토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18년 FTA 재협상을 이뤄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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