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박준모 기자.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운명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법원은 2심에서 판결한 재산분할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최 회장이 그대로 노 관장에게 지급할지 구체적으로 심리할지 8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대법원이 이날까지 심리불속행 기각 판단을 내리면 2심의 판결대로 이번 이혼소송은 마무리된다. 한 번 더 들여다보겠다고 판단한다면 이혼소송은 다시 핵심 쟁점들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재계 내에서는 이번 이혼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들여다보면서 심사숙고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혼소송 1심에서는 재산분할 665억 원과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2심과는 큰 차이를 보였고, 판결문에서 오류도 있었기 때문에 이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2심 재판부는 SK 주식 가치와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를 각각 12.5배, 355배로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계산 오류를 범했다, 실제 계산 결과로는 최 선대회장의 기여도 125배, 최 회장은 35.5배로 10배 차이가 발생했다. 

이러한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2심 재판부는 단순히 판결문을 경정(수정)하는 데 그쳤고, 재판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현재 대법원에서도 2심 재판부가 경정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 심리하는 것으로 확정된 상태인 만큼 재판 결과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재계의 주장을 차치하더라도 이번 이혼소송은 단순한 가정사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장 핵심은 노태우 비자금일 것이다. 노 관장은 1심 판결이 성에 차지 않자 2심에서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 메모에는 선경(현 SK) 300억, 최 서방(최태원 회장) 32억 등 총 900억 원에 달하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 50억 원 어음 6장도 함께 증거로 제시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받아들여 이 돈이 SK그룹의 성장에 영향을 줬고, 결국 노 관장도 기여했다고 보고 35%의 재산분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노 관장이 제시한 증거는 30년 동안 은닉해 온 노태우 비자금의 일부다. 비자금은 개인자산으로 인정될 수 없다. 노 관장의 주장대로 SK에 비자금이 흘러 들어가 성장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면 국가에 환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최 회장 측에서는 줄곧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네기 위한 증표로 어음이 활용됐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비자금으로 인해 SK그룹이 성장했다는 판결도 잘못된 것이다. 

이처럼 노태우 비자금이 걸린 만큼 이대로 2심 판결을 확정하기에는 아직 더 들여다봐야 할 문제들이 남았다. 

노소영 관장 측은 비자금의 존재가 드러날 것을 알면서도 현재 법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렸다. 세간의 비난을 받더라도 일단 거액의 재산분할을 받겠다는 꼼수다. 하지만 불법비자금이 드러난 만큼 단순 가정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준 통수권으로 국민의 통수를 쳐 모은 돈인 만큼 합당한 조치가 필요하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2심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판결을 내렸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도 대법원이 해야 할 역할이다. 

최 회장이 한 가정을 놓고 봤을 때 잘못한 점이 없다고 보기 힘들지만 이번 이혼소송은 법리적으로 다시 봐야 할 부분이 많고, 정치권은 물론 평범한 시민들도 비자금 관련 문제로 인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심리불속행 기각보다는 시간을 들여 심리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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