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한국경제가 사면초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올해 들어 수출은 9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하고 소비 위축으로 내수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예고 등 외부 여건도 어둡다. 여기에 정치권마저 혼돈속으로 빠져들며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노사정이 오랜 산고 끝에 내놓은 노사정 대타협도 정치권의 파벌싸움에 휘말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등 후속 법안 처리가 발등의 불이나 강 건너 불구경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야말도 죽도 밥도 안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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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여야 대표 회동 이틀 전인 지난달 26일 자신을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청와대 측 발표에 대해 "반대란 표현은 기억이 없다"고 반박했다./사진=미디어펜 |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노사정 합의문’을 통과시켰지만 노동개혁 5개 법안은 현재의 국회 분위기로 볼 때 오리무중이다. 역사적 대타협이라는 긍정적 평가는 어느새 꼬리를 감추고 노동계의 반발과 경영계의 무늬만 합의라는 양비론속에 갇혀 들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노사정 합의로 해고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영계에선 노동개혁 핵심 내용이 빠졌다고 비난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여기에 야당마저 합의문 내용을 깨야 한다며 정부를 몰아붙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반 대기업’ 프레임을 또 다시 전가의 보도인양 빼들 태세다. 야당이 국회 선진화법을 무기 삼아 사사건건 발목 잡는 건 어제 오늘의 모양새가 아니다.
여기에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민생은 팽개쳐지고 경제는 뒷전이다. 여당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경선룰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제도 민생도 아닌 아닌 자신들의 밥그릇부터 챙기겠다는 정치셈법에 빠져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단순한 여야 의석수 싸움이 아니다. 여야 대표가 당권장악을 위해 당내 파벌싸움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선거제도 개혁과 선거구 재획정 등 시급한 과제는 미뤄둔 채 공천권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야당은 친노와 비노로 갈라져 이전투구에 몰두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의 커녕 동반 몰락의 우려가 보여지는 건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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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가 지난달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내년 총선의 공천 방향과 문재인 대표의 거취가 걸린 혁신안이 만장일치로 가결 된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중앙위원회의를 마치고 미소를 지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최근 발표에 따르면 3년 연속 부채의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는 좀비기업이 상장사의 30%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조사가 나왔다. 지난달 재벌닷컴이 코스피 등 3개 증시에 상장된 12월 결산기업의 2010~2014년 손익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상장사는 2010년 425개사(24%)보다 94개가 늘어난 519개사로 전체의 29.9%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즉 사업해서 번 돈으로 빚 낸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좀비기업이 끌어다 쓴 부채는 2005~2007년 연평균 22조원이었으나 2012~2014에는 94조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이후 저금리 상황에서 빚만 늘려서 연명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중에는 30대 그룹 계열사도 17개나 포함돼 있다. 이자조차 갚지 못하면서 빌린 부채의 규모는 자꾸만 불어나 결국 한국경제를 위협할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이들의 부채 규모는 결국 대기업과 중견기업으로까지 전이돼 악성부채로 인한 국가 경제 시스템의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
정부는 좀비기업에 대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대내외 경제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연명용 자금을 투입하는 건 위기를 키우는 격”이라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내내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퇴출의지를 밝혔다.
좀비기업은 경제의 종양을 키우는 것과 같다. 회생가능성 이 없는 좀비기업을 외부지원에 의존해 부실을 키워 나간다면 결국 우리경제의 위기 대응능력을 떨어뜨리게 하는 요인밖에 안된다. 종양은 약물로 치료가 불가능해지면 결국 환부를 도려내는 길 밖에 없다.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알맹이 없는 혁신을 놓고 싸우는 정치권의 모습에서 좀비기업의 악령이 읽히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아니다. 지금 국회의 모습은 그야말로 피아 구분도 없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정책은 고사하고 산더미 같이 밀려있는 노동개혁 등 민생과 국가경제를 팽개친 모습에서 국민들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좀비기업의 퇴출처럼 부실로 일관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심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부디 좀비국회라는 오명만은 듣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