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주범으로 지목받아온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가정에 제동을 걸면서 해당 상품의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보험사가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하면서 보험료를 낮춰온 만큼 반대로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하게 되면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기게 된다.

   
▲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의 경과기간별 해지율 예시./자료=금융위원회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지난 5월 킥오프 회의에서 ‘건전성 관리를 통한 신뢰회복’을 보험개혁회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발표한 이후 회계제도 측면에서 학계·업계·전문가 실무반을 통해 마련한 최종 방안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산출 시 올해 연말 결산부터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적용한다. 완납 후에는 최종해지율 0.8%를 적용한다.

무·저해지상품은 기존 대비 보험료가 30% 가량 저렴한 대신 납입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따라서 해지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에 이득이 되는 구조다. 납입 초반이나 중도 해지 시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돌려줘야할 돈은 거의 없다. 보험료를 다 납입한 후 해지하더라도 환급금이 적어 이득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해지율은 낮을 것으로 예상되나 경험통계 부재를 이유로 완납 직전까지 높은 해지를 가정하는 문제가 있었다.

다만 이를 적용할 경우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보험사들의 우려에 당국은 예외모형(선형-로그, 로그-로그 모형에 한정)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감사보고서와 경영공시에 예외모형 선정 근거와 원칙모형과의 차이를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보험사 당기순이익과 보험계약마진(CSM)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자본건전성 비율(K-ICS·킥스)이 20%p(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험료 상승 요인도 발생한다.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 이후 초기에 회계상 많은 이익을 잡기 위해 무·저해지보험 판매 경쟁을 벌였다. 이 상품이 인기를 끌자 보험사들은 예정해지율을 높게 책정하고 더 싼 보험료를 산출해 판매를 확대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해지율을 높게 책정할 수 없게 되면서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주지만 지속 가능한 상품을 개발하는게 의미있는 발전이라고 생각된다”며 “일부 상승요인은 있지만 손해율, 이자율, 사업비율 등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마진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신계약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해지율만 일률적으로 반영돼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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