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금융당국이 4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발전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국내 ETF 시장이 최근 들어 양적, 질적으로 발전에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대금은 이미 작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올해 들어서는 순자산 규모도 줄고 있다.
연기금 등 '큰 손'의 시장 참여가 저조해 개인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일반 주식처럼 단기 차익이나 시장 위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는 등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인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도입 13년 만에 뒷걸음 시작한 한국 ETF시장
일반 공모펀드인 인덱스펀드에 주식의 환금성까지 결합한 ETF 시장은 지난 2002년 국내에 도입되고서 한동안 빠르게 성장했다.
순자산 규모는 도입 첫해인 2002년 말 3천억원대에서 작년 말 19조7000억원대로 연평균 40% 이상의 증가율로 불어났다.
그러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2013년 7925억원에서 작년 6883억원으로 줄면서 이미 감소세로 전환했고 올들어 7월까지는 6818억원으로 더욱 줄었다.
순자산 규모도 7월 말 현재 18조9000억원으로, 올들어서는 감소세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투자 추세와 ETF의 성격이 맞아떨어져 전 세계 ETF 시장이 꾸준히 커지는 시장 흐름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세계 ETF 순자산 총액은 2013년 2조3960억달러에서 작년 2조7970억 달러, 올해 7월 2조9840억 달러 등으로 늘고 있다.
최근 국내 ETF 시장의 부진은 국내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많아 국내 증시가 침체하면 ETF도 이를 그대로 반영하는 구조적인 요인의 영향이 크다.
7월 말 현재 181개의 ETF 종목 중 국내 주가지수 수익률을 단순 추종하는 ETF의 비중(순자산 기준)은 56.0%에 달한다. 국내 주가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구하는 레버리지형이나 지수 하락에 대응해 -1배를 좇는 인버스형 비중은 12.1%이고 해외지수형 비중은 6.3%에 불과하다. 나머지로는 채권형(23.1%), 기타(2.4%) 등이 있다.
◇ETF, 자산관리수단으로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걸림돌 많아
국내 ETF 시장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로는 상품 다양성의 부족, 미진한 기관투자가의 참여 등이 꼽힌다. 이는 ETF가 안정적인 자산관리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한 해결 과제이기도 하다.
연기금의 투자 제한 등이 ETF 수요를 제한, 소수 자산운용사가 시장을 과점하는 현상을 야기하면서 다양한 상품이 나오지 않고 상대적으로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현재 ETF를 운용하는 17개 자산운용사 중 상위 3개사의 순자산 비중이 78%이며 거래대금은 무려 92%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위험·중수익의 경쟁 상품으로 거론되는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의 발행 잔액은 작년 말 84조1천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4조4000억원으로 늘어 ETF의 부진과 대조되고 있다.
전체 공모펀드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3년 말 10.5%를 정점으로 작년 말 9.9%, 올해 7월 말 8.0%로 낮아졌다.
ETF 시장이 안정적인 자산관리 수단으로 성숙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ETF 거래 중 일반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7.6%에서 작년 25.4%로 높아졌으나, 올들어서는 23.7%로 낮아졌다. 이에 비해 개인의 비중은 작년 32.0%에서 올해 35.9%로 상승, 기관투자가의 역할 축소가 확연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