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알고 싶은 독자들의 욕구 충족은 외면

네이버 1면은 연예인들로 넘쳐난다. 뉴스 캐스트 바로 밑에 ‘원조의 여신 공항 코디’라는 제목으로 채시라가 떠있어서, 클릭해보니 많은 언론사에서 채시라가 공항에서 가방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보도했다. 내용은 없다.

조이뉴스는 채시라 사진과 함께 “지난 3일 첫 방송된 JTBC 개국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인수대비'에서 인수대비역을 맡은 배우 채시라가 시크하면서도 지적인 차도녀의 모습으로 공항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고 보도했다.

배우 채시라가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사진 기사이다. 많은 매체가 해당 사건을 보도했지만, 특별한 내용없이 사진만 내보냈다.
▲배우 채시라가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사진 기사이다. 많은 매체가 해당 사건을 보도했지만, 특별한 내용없이 사진만 내보냈다.


또 조이뉴스는 “채시라는 매거진 럭셔리의 화보를 위해 촬영 차 5일 오전 인천 국제 공항을 통해 홍콩으로 출국했다. 특히 채시라는 모던한 블랙 & 화이트 스타일링을 보여줬는데 블랙 컬러의 멋스러운 롱 코트에 블랙 롱 부츠를 선택해 진정한 패셔니스타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뉴스엔도 채시라의 출국 사건을 보도했다. 조이뉴스와 내용은 동일하다. 뉴스엔은 사진 기사로 14개나 올렸다. 기사 내용은 동일하다. 이러한 기사의 실효성이 있을까 기사의 주인은 독자인데, 이러한 기사는 홍보 혹은 광고 기사처럼 보여진다. JTBC의 인수대비를 홍보하거나, 연예기획사의 홍보를 목적으로 촬영된 사진같다.

한국경제도 채시라의 출국 사건을 9개나 사진기사로 올렸다. 무슨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기사 제목을 ‘[포토] 채시라 '롱 블랙 코트로 공항 패션 올킬!'로 뽑은 후, “탤런트 채시라가 5일 오전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을 통해 럭셔리 매거진 화보를 찍기 위해 홍콩으로 출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시라의 출국 사건이 과연 9개씩이나 올릴만한 가치가 있는 사건일까

5일 채시라가 JTBC 인수대비 촬영을 하기 위해서 인천공항에서 출국한 것은 ‘팩트’다. 그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서 많은 기자들이 동행했던 것 같다. 조이뉴스, 뉴스엔, 한국경제에 촬영된 사진들이 각각 다른 것을 확인할 때, 홍보차원에서 배달된 사진은 아닐 것이다.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채시라는 동상처럼 서서 어떤 움직임도 없었을까 배우 채시라가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것에 대해서 독자들이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배우의 사진도 중요하겠지만, 각각 언론사 기자로서 바라보는 시각의 정보가 있을텐데, 그러한 기자의 시각이 전혀 담겨있지 않은 사진 기사들만 인터넷에 상당히 많다. 그렇다고 그러한 사진들이 어떤 의미나 주제가 있는 사진 기사로서 특별한 가치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 배우 박시연 루돌프 기사도 동일

‘새신부 점점 예뻐져’라고 네이버 1면 하단에 떴다. 다시 클릭해보니, 배우 박시연의 성탄절 인사에 대해서 언론사들 기사가 죽 올라와있다.

박시연의 루돌프 사진 기사는 30여개 매체가 보도했지만, 대부분 동일한 기사를 다뤘다. 대부분 네이버와 뉴스 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들이다. 네이버는 동일한 기사를 실은 각각의 언론사에 대해서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박시연의 루돌프 사진 기사는 30여개 매체가 보도했지만, 대부분 동일한 기사를 다뤘다. 대부분 네이버와 뉴스 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들이다. 네이버는 동일한 기사를 실은 각각의 언론사에 대해서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CNB뉴스, 굿데이스포츠, 서울신문, 한국일보,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브레이크 뉴스, 뉴스타운, 부산일보, 매일신문, 강원일보, 건설경제신문, 시티신문, 아츠뉴스, 인터뷰 365 연예, 투데이 코리아 연예, 파이낸셜 뉴스,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엑스포츠뉴스, 스포츠월드, 일간스포츠, 스포츠 동아, TV 리포트, 스포츠 경향, 조선일보, 프라임 경제, 티브이데일리, 스타뉴스, 매일경제가 박시연의 성탄절 인사를 보도했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미니홈피에 사진 몇장 올린 것 밖에 없다.

기사 내용도 거의 동일하다. “배우 박시연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루돌프로 깜짝 변신했다.”로 시작하는 기사는 “박시연은 영화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에 박희순, 주상욱, 이광수 등과 함께 캐스팅 됐다”로 끝난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게재한 기사인 것이다.

◆네이버, “플랫폼을 제한할 수는 없다”

네이버측도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고는 있지만, 특별한 단속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저 네이버측은 “우리는 서비스만 하고, 플랫폼 관리는 언론사 책임”이라고 떠넘겼다.

네이버측은 “같은 언론사에서 같은 기사를 여러 번 올릴 경우에는 해당 기사에 대해 경고를 보내지만, 극히 다른 매체에서 동일한 보도자료를 각각 보도했을 때, 모두 똑같이 내는 것도 아니고, 설령 같다고 해서 네이버가 제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플랫폼만 제공하는 것 뿐이다”고 설명했다.

“채시라 공항 출국 사진, 박시연 루돌프 사진의 기사가 대부분 같다. 채시라 사진의 경우 비슷한 사진들을 10개로 나눠서 각각 기사를 올렸다”고 질문하자, “일반 독자 입장에서 왜 이렇게 기사를 올렸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채시라의 팬들에게 있어서 사진 하나는 중요한 기사가 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또 네이버는 “보도자료를 거의 똑같이 썼다고 해서 어떤 기준의 잣대로 언론사를 제재할 수는 없다. 빨리 올리는 보도자료는 보이게 하고, 나머지는 자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언론사 측면에서 이러한 통제는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네이버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네이버는 “큰 틀안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플랫폼을 채우는 것은 언론사에게 맡기는 수 밖에 없다. 서로 비슷한 기사를 썼다고 해서 해당 언론사의 플랫폼을 닫을 수는 없는 것이다. 똑같은 기사를 봐야만 하는 독자들의 입장이 충분히 공감은 가지만, 그렇다고 강제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다. 큰 틀이란 같은 언론사에서 같은 기사를 계속 내보낼 경우 경고장을 보내는 것이다. 어떤 매체의 경우, 뉴스 제휴를 끊었던 사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