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국내 면세점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꾸라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한데다, 수백억 원대 공항 임대료 폭탄까지 맞게 됐다.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대전’ 승자의 저주가 시작됐다는 우려와 함께 ‘면세점 존폐 위기론’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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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에 패션·뷰티 특화 ‘신세계존’을 조성했다./사진=신세계면세점 제공 |
1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국내면세점에서 ‘외국인’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9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 매출이 9215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10% 감소했다. 외국인 매출은 전년 (1조805억 원) 대비 14.7% 줄어 1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해당 기간 내국인 매출은 2726억 원으로 10.4% 증가했지만, 외국인 매출 4분의 1 수준이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현대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들도 적자 수렁에 빠졌다. 특히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DF1·3 구역의 면세 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업체들은 수심이 깊다. 임대료 부담 등을 이유로 보수적으로 베팅한 롯데면세점이 22년 만에 인천공항 빠지고 신라·현대·신세계면세점이 향후 10년 간 자리를 채우게 됐다.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새로운 면세점 임대료 산정방식을 제시했다. 기존 ‘고정 최소보장액’에서 공항 여객 수 기준인 ‘여객 수 연동’으로 변경했다. 여객당 임대료 방식은 공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한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9월 방한객 수는 146만4300명으로 전년 대비 33.4%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뛰어 넘었다.
그러나 ‘큰손’ 중국 단체관광객이 아닌, 다국적 개인 여행객이 늘면서 면세점 객단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외국인 1인당 매출은 지난해 9월 169만 원에서 올해 108만 원으로 감소했다.
입점 면세점 입장에서는 장사는 안 되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었다는 이유로 임대료를 더 내게 된 셈이다. 면세점 업체 별 여객 당 임대료를 반영해 계산하면, 신라나 신세계는 연간 4000억 원 가량을 임대료로 지불해야 한다.
올 3분기 주요 국내 면세점들은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호텔신라는 3분기 영업손실 13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면세점 부문 영업손실이 영향을 미쳤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도 3분기 162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대면세점 역시 8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3.9% 감소한 2282억 원으로 집계됐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부터 각각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임원 급여 20% 삭감 조치도 단행했다.
면세점 업계는 수년 간 계속된 악재로 존폐론마저 대두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에 앞서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사태로 면세점 ‘큰 손’ 중국 단체 관광객이 급감했다. 온라인채널로 쇼핑 중심이 옮겨가면서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면세점만의 장점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대료 폭탄까지 떠안았다.
업체 관계자는 공항 임대료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 등 해외 관광객 수가 급격히 변동할 때는 ‘여객 수 연동’ 방식으로 사업자의 운영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특정 상황을 제외하면, 돈을 번만큼 비례해서 납부하는 ‘매출 연동형’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토로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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