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보험금청구권도 신탁이 가능해지면서 90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열리며 생명보험업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겼다. 보험사들은 잇따라 신상품을 출시하며 신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생명보험계약의 사망보험금을 위탁자(보험계약자)가 신탁계약을 통해 미리 정해 놓은 조건에 따라 수익자에게 분할 지급할 수 있는 구조의 상품이다. 신탁계약 체결 후 위탁자가 수탁자를 생명보험계약의 사망 시 수익자로 지정하면 수탁자는 사망보험금을 청구·수령 및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흥국생명은 지난 12일 보험금청구권신탁을 출시했다.

   
▲ 사진=삼성생명


삼성생명에서는 이날 1호 가입자가 나오기도 했다. 이 계약은 미성년 자녀를 둔 50대 여성 CEO가 체결한 것으로 본인의 사망보험금 20억원에 대해 자녀가 35세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35세, 40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신탁 1호 계약 체결은 ‘사망 보장’이라는 보험 본업과 ‘고객 맞춤형 보험금 지급설계’라는 신탁업이 연계되면서 ‘생명보험의 완성’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향후 고객의 다양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 그룹과 함께 최적의 해결책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흥국생명도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인 ‘내가족안심상속종신보험’을 출시하고, 1호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50대 남성의 기업체 임원이 체결한 것으로 본인의 사망보험금 5억원에 대해 자녀가 40세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40세, 45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흥국생명은 상속·증여, 투자, 세무 등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보험금청구권신탁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신상품 개발과 운영 관리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2조7935억원으로 향후 사후 자산관리 수단으로서 신탁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보험사 중 종합신탁업 자격을 가진 생보사는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흥국생명으로 5곳으로 해당 생보사들은 보험금신탁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신탁업자 인가를 받으면 신탁사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종전까지 사망보험금과 같은 보험금의 청구권은 신탁이 허용되지 않았다. 신탁제도는 주로 퇴직연금이나 주식·채권과 같은 금전재산을 중심으로 취급해왔으나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보험금청구권신탁이 가능해졌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으로 미성년자 자녀가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타인에게 편취당할 가능성, 재산관리 능력이 부족한 유족이 사망보험금을 탕진할 가능성 등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보험금청구권신탁에 신탁 가능한 생명보험계약은 주계약 일반사망 보험금 3000만원 이상의 종신보험 및 정기보험이며, 특약은 신탁이 불가하다. 또 신탁계약 체결 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없어야 하며,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위탁자가 모두 동일인이면서 수익자는 직계존비속과 배우자로 제한된다.

지난 2010년부터 금융당국에 규제개선을 건의하는 등 보험금청구권신탁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박성철 미래에셋생명 본부장은 "보험금청구권신탁 상품 출시를 통해 사망보험금 지급 이후에도 수익자 재정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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