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차기 행정부 외교·안보정책을 이끌 국무부 장관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공식 지명했다. 또 전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발탁을 공식화했다. 두 사람 모두 플로리다 의원인데다 대중 강경 노선의 '외교 매파'로 꼽히면서도 ‘워싱턴 이너서클’(핵심 권력층)과 거리가 멀다.
여기에 국방부 장관에 폭스뉴스 진행자이자 육군 소령 출신의 피트 헤그세스를 발탁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엔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장(DNI)을 지명했다.
이들의 특징은 ‘젊은 충성파’이다. 특히 헤그세스는 폭스뉴스 진행자로서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여론몰이에 앞장섰다. 헤그세스가 44세로 가장 젊고, 왈츠는 50세, 루비오는 51세, 랫클리프도 아직 59세다.
또 헤그세스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바 있고, 왈츠는 미 특수부대 ‘그린베레’ 대령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 중동, 아프리카에서 전투를 경험했다. 다만 정책 결정에 관여한 바 없는 인사들이어서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1기’ 때만 해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짐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등 소위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 있었다. 이들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과격하고 돌출적인 행동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으나 이젠 ‘예스맨’만 발탁돼 트럼프의 장악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인선의 배경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기 때 참모들과 마찰을 빚은 것에 대한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은 경질됐고, 매티스는 2018년 시리아 철군에 반대하며 사표를 던졌다. 이 밖에 존 볼턴 전 안보보좌관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경질됐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임기가 끝난 이후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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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지난 4일 노스캐롤라이나 롤리 유세장에서 악수하는 모습. 2024.11.1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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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번에 발탁된 인물들은 사실 트럼프 1기부터 트럼프의 속내를 대변해오던 인물이기도 하다. 왈츠는 2017년 8월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을 향해 “우리는 공격할 준비가 돼있다”고 하자 폭스뉴스에 출연해 “선제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또 그는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은 시간을 끌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할 것”이라고 했다.
루비오는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의 다른 지도자들이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면 빨리 ‘폭군’(tyrant)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0년 상원의원 당선 이후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제재를 주도했다.
주한미군과 관련해선 왈츠가 2022년 의회 청문회에서 주한 미군사령관에게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면 미군이 한국에서 병력을 동원하는 것을 허용할 준비가 돼있냐”면서 “한국도 준비돼있어야 한다”고 했다.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선 루비오가 2020년 “한국과 서유럽에 주둔한 미군 재검토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왈츠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하는 태도도 보였다. 그는 2017년 폭스뉴스에 출연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일본 무장으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트럼프 2기에선 국내 개혁이나 대외정책에서도 관료적 접근 방법을 탈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는 자문받고 협의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대신 정치적인 접근, 톱다운 방식 접근을 통해 신속한 정책 실현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 명예교수는 트럼프 2기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앞으로 미국의 대외정책 방향에서 대중 견제, 대이란 견제는 확실해 보인다”면서 “다만 북한 문제는 대통령의 아젠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북한의 김정은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 대해선 대통령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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