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우리 국민이 낸 보험료로 조성된 국민연금이 일본의 전범기업이나 비정규직을 대거 양산하는 기업에 투자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전북 전주에서 진행된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공단이 수익성만을 좇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인재근(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의 일본 기업 투자규모는 약 16조원에 달하며 이 중 3분의 1에 조금 못 미치는 4조5000억원 규모의 금액이 일본 군수기업, 전범기업, 역사왜곡기업, 야스쿠니 신사 지원 기업에 투자됐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지난 5년간 투자한 일본 기업 중 군수기업은 ▲ 전투기 F-35A, SH-60K초계 헬기 등을 하도급하는 미쓰비시 중공업 ▲ 잠수함용 발전기(26SS용)를 조달하는 가와사키 중공업 ▲ 03중거리 지대공 유도탄을 조달하는 미쓰비시 전기 등 21곳에 달했으며 투자금은 1조2천억원이었다.
공단이 같은 기간 일본 전범기업 97곳에 투자한 금액은 3조원 이상이었다. 공단은 또 우익단체로 역사 왜곡 교과서를 만든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찬성자가 경영자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 37곳에 1조5천억원을 투자했다.
아울러 인 의원실이 일본 우익단체인 '영령에 보답하는 모임'의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지원기업인 돗판인쇄에 3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돗판인쇄는 전국 전몰자 위령 대제에 헌화를 하고 있으며 2014년판 야스쿠니 달력 27만부를 제작하는 등 야스쿠니 신사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공단은 또 다른 야스쿠니 신사참배 지원기업이자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에 77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인 의원은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가 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한반도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업들에 투자를 해왔다"며 "국민연금이 국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국민연금의 투자원칙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같은 당 김용익 의원은 2014년 이후 국민연금이 지분율 5% 이상을 투자한 기업은 141개(투자금액 56조4881억원)로, 해당 기업들이 창출한 일자리 2만8068개 중 절반은 비정규직이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3천408억원을 투자한 현대건설의 신규 채용 인력 중 비정규직 비율이 80%를 넘었으며 태영건설의 경우 채용 인력의 78.5%, 현대홈쇼핑은 75.8%가 각각 비정규직이었다.
이들 141개 기업 중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준수한 기업은 8개뿐이었으며 특히 1% 미만의 저조한 고용률을 보인 곳도 38곳이나 됐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이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기업에 무차별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공단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염금 기금에 대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에 '좋은일자리지수'를 포함시켜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이명수 의원 역시 국민연금공단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사회책임 투자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공단이 작년 2월 '의결권 행사지침'을 개정해 '사회적 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에서 '사회'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책임투자는 기금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 제고를 위함'이라는 조항을 추가했다"며 "이는 공단이 스스로 사회책임 투자를 포기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외 공적연기금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때 환경 관련 각종 규제에 적절히 대응을 하고 있는지, 노사문제 등 사회적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갖고 있는지, 투명하고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갖고 있는지 등을 고려한다"며 "국민연금의 공적연기금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해 책임투자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