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건설업계가 장기간 지속되는 불황에 수장 교체로 경영 쇄신에 나서고 있다.
건설사 주력인 주택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이나 재무 전문가를 대표로 앉혀 위기 돌파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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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왼쪽) 내정자,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사진=현대차그룹 |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요 건설사는 물론 중견 건설사들도 수장 교체를 단행하고 있거나 예정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그룹 건설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신임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현대건설은 주택사업본부장을 맡는 이한우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현대건설 역사상 첫 70년대생 대표이사로,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한우 부사장은 EPC(설계·조달·시공) 역량 향상을 통해 토목·플랜트 등 전 사업 부문에 걸쳐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에너지 분야 중심 전략적 투자 확대로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아 재경본부장 주우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기아의 재무를 담당해 최대 실적을 이끌어내는 등 그룹 내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주우정 사장은 이번 현대엔지니어링의 새로운 수장을 맡으며 실적 부진 타개와 함께 SMR 등 신사업 추진 시 발생할 수 있는 재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등 기업 경쟁력 제고에 매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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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사진=DL이앤씨 |
대우건설은 앞선 지난 5일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신임대표에 내정하고 조직 슬림화도 동시 진행할 예정이다.
김보현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기존 백정완 사장은 오는 12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을 공식 사임할 예정이며, 2025년 말까지 사장직 임기는 유지한다.
김보현 신임 대표이사는 1966년생으로, 대한민국 공군 준장으로 예편한 뒤 2021년 대우건설 인수단장으로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과정을 총괄했다.
2022년 중흥그룹 편입 이후에는 대우건설 고문직을 1년간 역임했고 이듬해와 올해 총괄부사장으로 국내외 현장 및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아왔다.
대우건설은 조직 슬림화도 단행했다. 지난 11일 단행한 조직개편으로 기존 '7본부 3단 4실 83팀'을 '5본부 4단 5실 79팀'으로 줄였다. 특히 재무와 전략을 합쳐 '재무전략본부'로 통합하면서 재무 관리 중요도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
DL이앤씨는 올해 8월 박상선 주탁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상신 대표이사는 DL건설 전신인 삼호에 입사해 그룹 내에서 주택사업만 30년간 맡아온 '주택통'이다. DL이앤씨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런칭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박상신 신임 대표이사는 기존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가 취임 2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한 뒤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대림산업 대표를 맡은 지 5년 만에 복귀한 것이다.
DL이앤씨는 불황 타개책으로 주력인 주택사업의 역사를 같이한 박 대표를 재선임하면서 수익성과 조직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다른 주요 건설사들도 수장 교체를 통해 조직에 새 바람을 넣고 있다.
삼성물산은 머지 않아 인사를 앞두고 있고 포스코이앤씨는 재무·전략통인 전중선 대표가 올해 초 취임했다. GS건설도 올해 초 GS그룹 오너가인 허윤홍 대표가 취임하면서 좋은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7월 김형근 사장을 선임해 조직 효율화와 재무 강화에 힘쓰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신세계건설, 진흥기업, 태영건설, HJ중공업 건설부문, BS산업, KCC건설 등이 수장을 교체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새 수장으로 재무 전문가나 기업 전통을 계승할 수 있는 인물을 선호하고 있다며 건설 불황을 타개할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 건설사 대표로 재무 전문가나 재무 역량을 갖춘 CEO가 인기가 높다"며 "건설 불황 장기화 국면에 돌입했다는 판단 하에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재무 안정성을 챙길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시기라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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