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 '업계 1·2위' 삼성물산·현대건설 맞대결 성사…17년만
938만 vs 881만…3.3㎡당 공사비, 현대건설이 57만 원 낮아
"구체적 사업조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단지명 다소 애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아침 바람이 제법 쌀쌀해진 19일 오전.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로 나와 해밀톤호텔을 등지고 왕복 3차선 도로를 따라 쭉 걸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를 지나 약 500m를 걸으니 한국폴리텍Ⅰ대학 서울정수캠퍼스가 보였다. 이 대학 입구부터 한남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지 초입이 시작됐다.

   
▲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지 내 골목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이날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은 전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다. 그 결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2곳이 입찰보증금 500억 원을 현금으로 납부하며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2위 건설사 간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수주 경쟁을 펼치는 건 지난 2007년 서울 동작구 일대 정금마을 재건축 수주전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당시 맞대결에서는 현대건설이 삼성물산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하며 ‘이수 힐스테이트’를 세웠다.

역사적인 맞대결이 성사된 것과 달리 한남4구역 사업지 일대는 조용했다. 정비사업지마다 흔히 걸려있는 건설사별 홍보용 현수막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남4구역 조합원이자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A씨는 “입찰이 바로 전날 마감됐고, 현재 공사비 정도 외에 구체적인 조건들은 공개가 안됐다 보니 아직은 분위기가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조합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공사비로 현대건설은 3.3㎡당 881만 원을, 삼성물산은 3.3㎡당 938만 원을 제안했다. 양사 모두 조합 측이 제시한 원안공사비(3.3㎡당 940만 원)보다 낮은 수준의 대안공사비를 내세웠다. 다만 현대건설 공사비가 삼성물산보다 57만 원가량 저렴하다.

   
▲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지 내 사거리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공사비 측면에선 현대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안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조합원들은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공사비 외에 구체적인 사업조건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서다.

A씨는 “현대건설 공사비가 삼성물산보다 낮을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고, 그대로 나왔다”며 “공사비도 중요하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대출 등 조건도 중요한 부분이다 보니 세부 사업조건이 나온 뒤에 판단하려고 한다”고 했다.

전날 미디어펜 단독 보도를 통해 양사가 제안한 단지명도 공개됐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을,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한강’을 각각 내세웠다.

단지명과 관련해선 특정 시공사·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A씨는 “두 단지명 모두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구체적으로 “디에이치 한강에 쓰인 한강은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한남4구역이 특정되지 않는 것 같다”며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 또한 영어가 많이 사용되고 길이가 길어서 의미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조합원이면서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B씨 또한 “단지명과 관련해서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울거나 그런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 제안 단계고, 추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 시 변경할 수 있는 사안이다 보니 조합원들도 아직까지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 사무실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다만 이날 양사 모두 공개한 조감도에 대해서는 희비가 다소 엇갈린 모양새다. B씨는 “조합원 대부분 현대건설이 제안한 조감도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라며 “삼성물산 조감도에 공개된 외관은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이 사용돼 ‘실망스럽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조감도는 현대건설이 판정승을 거둔 반면 브랜드 선호도 측면에선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였다.

한남4구역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C씨는 “한남뉴타운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브랜드 다양성 측면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현대건설이 이미 한남3구역을 수주한 만큼 4구역까지 독식하는 것보다는 3구역에 집중해주길 바라는 조합원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17년 만에 성사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 결과는 내년 1월 18일 나올 예정이다. 현재 조합은 전날 제출된 입찰제안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사업조건 비교·분석과 함께 위반사항 법리검토 등을 진행하고 있다. 12월 중순 이후로 예정된 대의원회 회의를 거쳐 양사가 제안한 사업조건을 최종적으로 확정·공표하고 본격적으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민병진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장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양사 입찰로 수주 경쟁 체제가 마련된 점에 대해서 조합원들이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라며 “현재 서울시 정비사업 지침에 따라 공식 홍보가 불가능한 상황인데, 조합원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조속히 대의원회 의결 절차를 마무리 짓고 조합원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