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확대로 연일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하 이후 예금금리가 시장 흐름에 따라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면서 예대마진 확대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까지 예대금리차 확대를 경고했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은행들은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발맞춰 고금리 대출기조를 취하고 있는 만큼,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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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확대에 따른 비판을 연일 받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하 이후 예금금리가 시장 흐름에 따라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면서 예대마진 확대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까지 예대금리차 확대를 경고했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관리의 일환으로 고금리 대출기조를 취하고 있는 만큼,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0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더 내려갈 수도 있는데도 기업이나 가계가 부담하는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대마진 차이가 이렇게 크게 오래 지속되게 되면 가계와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며 "예대마진을 줄이는, 대출이자를 낮추는 방향의 움직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에 앞서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확대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임원회의에서 "최근 일각에서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은행 예대금리차는 연초보다는 낮은 수준이나 최근 몇 달 동안 확대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금리부담 경감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지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에 이어 지난 14일에는 김병칠 은행·중소금융 부원장이 국내 20개 은행장들을 비공개로 소집해 예대금리차를 지적했다. 당시 김 부원장도 국민들이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예대금리차를 축소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의 거듭된 예대금리차 확대 비판은 궁극적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종용하는 셈이다.
실제 예대차 확대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계대출에서 두드러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예대금리차는 신규취급액 기준 7월 1.14%, 8월 1.13%, 9월 1.22%를 각각 기록했다. 가계대출만 놓고 비교한 예대금리차는 7월 0.65%, 8월 0.73%, 9월 0.83%로 매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윤 대통령과 이 원장에 이어 여당 대표까지 은행권 비판에 가세하면서 은행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당초 은행들은 정부의 상생·민생금융 기조에 발맞춰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정책을 펼쳤다. 아울러 시장금리 하락세를 반영해 지난 7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이 2%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에 가계부채가 다시금 폭증하면서, 당국은 수차례 은행권에 대출총량 규제 신호를 보냈다. 이에 은행들은 7월부터 20여차례의 우대금리 인하 등 가산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했는데, 이 여파로 주담대 금리상단이 6%를 돌파한 상태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주기형) 금리는 지난 19일 기준 연 3.73~6.13%에 달한다. 변동형 금리도 연 4.58~6.68%를 기록해 고정형보다 상하단 모두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신규 코픽스가 0.03%p 하락했지만 금리인하 효과는 제한적이다.
은행들은 당국의 은행별 총량관리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는 만큼, 핵심 영업요소인 '금리'를 인상해 수요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KB국민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대출 접수도 일제히 중단한 상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미 트럼프 대통령 당선 여파로 은행채 금리가 반등하는 부침이 있지만 과거보다 낮아진 건 사실이다"면서도 "당국의 대출총량 관리가 강화됨에 따라, 대출접수 제한 및 가산금리 인상 등으로 수요를 억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출금리가 시장도 아닌 관치(官治)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여당 대표까지 가세해 대출금리를 노골적으로 내려라 하는 것은 다분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둔촌주공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대출도 예정돼 있는데 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면 올해 신규대출 접수는 조기 마감될 것이다"면서 "한쪽에서는 대출축소를 주문하고, 다른 쪽에서는 금리인하로 대출확대를 부추기는데 손 쓸 방도가 없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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