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토트넘 홋스퍼 구단이 로드리고 벤탄쿠르에게 내려진 '7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과하다며 항소를 했다. 벤탄쿠르의 징계 이유가 '인종차별' 발언 때문이고, 그 피해자가 바로 '손흥민'인데도 토트넘 구단이 이런 대처를 한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토트넘 구단은 20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계정을 통해 "이번 주 초 벤탄쿠르에게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린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결정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 토트넘 구단이 벤탄쿠르의 7경기 출전정지 징계가 과하다며 항소했다고 밝혔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토트넘 구단은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에 제재를 가한 것은 받아들이지만, 우리는 징계 수위가 너무 심하다고 믿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토트넘 구단은 항소를 한 기간 동안에도 벤탄쿠르의 국내 경기 출전정지 징계는 시행될 것이며, 더 이상 구단의 관련 코멘트는 없을 것이라며 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경계했다.

벤탄쿠르는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혐의로 지난 18일 FA로부터 7경기 출전정지와 함께 벌금 10만 파운드(1억 77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앞서 지난 6월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국가대표로 선발돼 2024 코파 아메리카 출전을 앞두고 자국 방송과 인터뷰를 하던 중 문제의 발언을 했다.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벤탄쿠르는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갖다줘도 모를 것이다. 그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벤탄쿠르의 이 발언은 '동양인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발언에 해당한다.

이런 발언이 알려져 비난이 쇄도하자 벤탄쿠르는 '어떤 의도도 없는 농담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하며 사과했고, 손흥민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는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형제이며 아무것도 변할 것은 없다"고 쿨하게 사과를 받아들이며 벤탄쿠르를 용서했다.

   
▲ 벤탄쿠르(오른쪽)가 팀 동료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7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징계를 받았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하지만 손흥민이 용서했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었다. 벤탄쿠르를 향한 팬들의 비판은 계속됐고, 국제 인권단체까지 나서 문제 제기를 했다. 이에 FA는 지난 9월 벤탄쿠르를 규정 위반으로 기소했으며, 결국 7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징계를 내린 것이다.

그런데 토트넘 구단이 이번 사태를 대하는 태도는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 구단은 '어떤 종료의 인종차별 행위도 반대한다'며 벤탄쿠르를 나무라는 입장을 내놓았으나 구단 자체 징계도 없이 어물쩍 넘어갔다. 그리고 FA의 벤탄쿠르 징계가 나오자 '과한 징계'라며 항소까지 했다.

벤탄쿠르가 팀의 핵심 미드필더여서 7경기나 출전을 못하면 토트넘에는 큰 전력 손실이다. 토트넘이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위로 부진한 가운데 리그컵(카라바오컵)과 유로파리그를 소화하는 빡빡한 일정에서 벤탄쿠르의 전력 제외는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토트넘은 벤탄쿠르 징계 완화를 위한 항소를 한 것이겠지만, 그 피해자가 바로 팀의 캡틴이자 에이스 손흥민이다. 의도가 어떻든 손흥민에게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는 토트넘의 이런 대처는 구단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한편, 한국대표팀에 소집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2연전(쿠웨이트, 팔레스타인전)을 치른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복귀해 오는 24일 열리는 맨체스터 시티와 EPL 12라운드 출전 준비를 한다. 손흥민은 쿠웨이트와 팔레스타인전에서 연속 골을 넣으며 허벅지 부상에서 벗어나 컨디션을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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