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수년간 우여곡절을 거쳐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5일(현지시간) 타결됐다.
이에 따라 주도국인 미국을 비롯한 협상 참여 12개국은 자국 의회의 비준 동의 등 후속 조치에 곧바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통상 분야 소식통들에 따르면 각국은 앞으로 협정문 번역과 각국 의회에 대한 협정문 송부, 그리고 각국 의회의 처리 또는 비준동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12개국 의회를 모두 통과하면 TPP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7%, 교역규모의 약 25%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협정으로서의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TPP 참가국들 중 미국 의회가 TPP 협정 내용의 처리 방법을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지난 6월 미 의회를 통과한 무역협상촉진권한(TPA)에 따라 버락 오바마 정부는 협정에 서명하기 최소 90일 이내에 의회에 합의된 협정에 서명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해야 하고, 60일 이내에 의회에 개정이 필요한 관련 법률의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다른 국가 간 협정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과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에서 각각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의회에 대한 아베 신조 총리의 장악력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무리 없이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TPP 참가국 가운데 행정부에서 무역협정을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싱가포르와, 개방됐지만 정치에서는 여전히 1당 독재체제인 베트남, 국왕의 권한이 강한 브루나이에서도 이날 타결된 협정 내용이 발효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협정문 내용이다.
참가국 의회에서 협정문을 받은 뒤에는 협정 내용이 일반에 공개될 가능성이 높고, 협정 내용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 업종 종사자는 물론 협정 내용이 이해관계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각국 정치인들에게서 동시다발로 반발이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협상을 주도해온 미국부터가 의회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일단 미국 정부가 협정 체결 의사를 의회에 통보한 이후 공식 서명에 이르기까지의 절차에는 별다른 문제가 뒤따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이미 TPA(무역협상촉진권한)법에 따라 행정부에 협상권한을 위임했던 만큼 행정부가 주도한 협상의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이 관측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의 비준절차는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아 보인다. 미국 행정부가 협정문과 함께 TPP 이행 부수법안을 제출하면 의회는 60일 이내에 표결을 통해 찬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내년에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점이다. 유권자들의 표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미국 정치권이 TPP 이행에 적극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행정부로서도 섣불리 TPP 이행 부수법안을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주요 지지기반인 노조를 의식해 TPP에 노골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화당도 비록 친(親) 무역성향이기는 하지만 역시 대선을 앞두고 지역표심에 부정적 영향이 끼쳐질 것을 우려해 TPP에 소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 연방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TPP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TPP 때문에 특정 업종이나 상품에 대한 미국의 경쟁력이 유지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이나 서한을 발표하며 협상 대표단에 압력을 가해 왔다.
이에 따라 차기 행정부로 TPP 처리가 넘어가고 발효시기도 2017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2007년 4월 타결된 이후 5년이 지난 2012년 3월 공식 발효된 점을 거론하면서 이번 TPP 비준과 발효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4년여 동안 미국 의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사례를 거론하며, 여소야대 상태면서 대통령선거를 1년남짓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 TPP가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내년 3∼4월 중으로 TPP의 조기처리 여부가 윤곽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