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은 6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원로에게 듣는다-역사교과서 좌편향, 바른 역사교육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를 주제로 현안토론회를 개최했다. 역사교과서는 기술의 좌편향,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방해 사태, 국정화 추진 등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뜨거운 현안이다. 이를 바라보는 원로들 역시 현행 역사교과서의 내용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국정화 추진이 고려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복거일 작가는 “교과서 시장은 입시와 연계되어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판임에 분명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중등교육과정은 사회화 과정의 마지막 단계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크고 중등교과서 역시 그 중요성이 막대하기에 교과서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 작가는 “그렇기에 학생들을 가르침에 있어 현대사의 중요 사건과 의미들을 토론의 장을 펼치듯 둘 수는 없는 노릇이며 학생들이 배워야할 역사의 정설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과서 문제는 학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대학교의 교재선택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설명이다. 아래 글은 복거일 작가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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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거일 작가 |
국사교과서의 공급 방식
정부가 중고교 국사 교과서의 공급 방식을 검정에서 국정으로 바꾸려고 나서자, 논쟁이 치열하게 일었다. 우리 사회가 이념적 분열이 심한 데다 국사 교과서가 이념적으로 중요하므로, 그럴 수밖에 없다.
중고교 국사 교과서는 중등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의 사회화에 필요한 국사 지식을 모아 놓은 책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기본적 사항들을 배우고 선조들의 삶과 성취를 알게 되어, 어린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데 쓰이는 도구다.
당연히, 교과서의 내용은 중등 교육 과정에 걸맞아야 하고 되도록 표준화되어야 한다. 사회화가 뜻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고등 교육 과정의 대학생들이 읽는 국사 교과서와는 성격이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
교과서를 포함한 서적의 공급은 시장이 잘 한다. 따라서 정부가 제시한 교과 과정에 맞게 쓰인 교과서들이 많이 나와서 자유롭게 경쟁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현행 검정 방식은 이론적으로 합리적이다.
현실은 사뭇 다르다. 먼저, 적절한 교과서가 공급되지 않는다. 우리 지식인 사회가 일반적으로 좌파 이념에 편향을 보이지만, 역사학계는 그런 편향이 지나치고 국사학계는 특히 그렇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 뛰어난 성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지닌 사람들은 역사학계에서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자연히, 지금 중고교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들은 예외 없이 대한민국에 대해 호의적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들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폄하해 놓았다. 어린 학생들의 사회화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반사회적 생각들을 심어주는 실정이다.
게다가 교과서가 실제로 학교에서 채택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선택권이 없다. 교원노조를 비롯한 좌파 세력이 일방적으로 선택한 교과서들을 학생들은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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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을 비롯해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
모처럼 대한민국을 정당하게 평가한 교과서가 출간되자, 교과서의 공급과 채택에 관련된 세력이 한꺼번에 일어나 온갖 압력을 통해서 퇴출시켰다. 생산과 소비가 자유로운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로 경쟁하는 이상적 시장과는 대척적이다. 원래 어느 나라에서나 학생들은 교원들에게 맡겨진 볼모들이므로, 학부모들이 단합된 교원노조에 대항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식들이 그른 지식을 배워 비뚤어진 생각을 품게 되는 것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지만, 그들이 강력한 의사표시를 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대한민국에 적대적 세력이 완전히 장악해서 공급과 소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시장을 그냥 버려둔 것은 정부의 잘못이다. 애초에 정부는 공교육을 독점한 터이다. 당연히, 그런 독점적 지위에 따르는 책임을 지고서 잘못된 국사 교육을 시정해서, 어린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 지식을 얻어 사회화의 과정을 제대로 밟도록 해야 한다.
그런 방안으로 나온 것이 정부가 직접 국사 교과서를 공급하는 방안이다. 국정 교과서는 자유로운 시장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단 하나의 현실적 대안이다.
국정 교과서는 다양성을 해친다는 주장이 자주 나온다. 언뜻 보면, 그럴 듯하지만, 찬찬히 살피면, 이것은 조리에 닿지 않는 얘기임이 드러난다.
어린 학생들의 사회화에 필요한 국사 교과서는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를 따르는 관점에서 저술되어야 하고 되도록 표준화되어야 한다. 관점의 다양성은 기초적 사회화 과정을 이수한 대학생들을 위한 교과서에서 논의될 특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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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8일 자유민주수호연합, 나라사랑실천운동, 바른사회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한 교육정상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만일 교과서 시장이 제대로 움직인다면, 원래의 목적인 학생들의 사회화에 적절한 교과서들이 다양하게 공급되고 소비자들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유롭게 골라서, 점점 나은 교과서들이 공급되고 소비될 것이다. 실제로는 좌파적 시각에서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와 성취를 폄하하는 교과서들만이 나와서 유통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다양성을 얘기하는가?
모두 교육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회화의 도구인 중고교 교과서들은 당연히 중요하다. 어린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 지식을 배워온 상황을 개선하는 일에서 정부는 좀 더 꿋꿋해야 할 것이다. /복거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