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반발 이어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사실상 반대
민주당, 반발 거세지자 협상의 여지 가능성 열어둬
재계, 민주당·국회 등에 개정안 관련 의견 전달 예정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재계가 상법 개정안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상법 개정 부작용이 크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국민의힘에서도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재계는 무리한 입법 추진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앞으로도 반대의사를 지속적으로 표출할 것으로 보인다. 

   
▲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이 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에 참석해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재계 반발에 금융당국·여당도 반대 의견 내비쳐

25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며,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19일에는 이정문 의원이 대표발의안을 제출했는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 이사 선임과정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전자주주총회 방식 도입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한국 증시 저평가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재계 내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 소송이 남발할 수 있으며, 기업들의 경영권에도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해외 투가 자본의 공격도 걱정하고 있다. 

재계는 지난 21일에는 이례적으로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주요 그룹 16개 사장단이 모여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요 그룹이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한 것은 메르스 유행으로 내수 침체를 겪던 지난 2015년 이후 9년 만으로,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재계의 반발에 힘을 실어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경영이나 자본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사가 회사에 대해 충실의무 다하도록 돼 있는데 주주까지 포함되면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고,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이 남발하거나 외국 투기자본이 경영권 위협할 경우 자본을 쓸 수밖에 없고 그게 기업가치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처럼 자본시장 측면에서 상법 개정이 반드시 바람직한 부분만 있는 건 아니기에 소수의견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에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이번 상법 개정안은 빈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것이고, 행동주의 펀드를 거쳐 우리 국부가 유출되는 결과로 귀결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한발 물러나…재계, 지속적으로 부당함 알린다

반발이 거세지자 민주당에서는 절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재계의 의견을 들어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며, 이재명 대표도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소액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방법을 두고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이론이 있을 뿐”이라며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고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밝힌 만큼 재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상법 개정안의 부당함에 대해 알릴 방침이다. 

먼저 이르면 29일 열리는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태스크포스)와의 면담에서 재계의 의견을 수렴해 전달할 예정이다. 또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내 상임위원회를 통해서도 재계의 입장을 꾸준히 보낼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재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개정안을 발의해야 하는데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어 걱정”이라며 “재계는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최대한 막을 예정이며, 최후에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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