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에 유망 사업 추가해 시세조종…정기보고서로 사업여부 수시 확인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2차전지·신재생에너지·인공지능(AI) 등 인기 테마 사업에 신규 진출했다고 공시한 기업 10곳 중 3곳은 관련 사업을 실제 추진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신사업 진행 상황 공시 점검 및 사업 진행 실태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324개사 중 약 45%만이 사업목적 현황 및 변경내용, 추진현황 등을 공시 작성 기준에 맞게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 2차전지·신재생에너지·인공지능(AI) 등 인기 테마 사업에 신규 진출했다고 공시한 기업 10곳 중 3곳은 관련 사업을 실제 추진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금감원은 사업목적에 유망 테마사업 등을 추가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시도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신사업 진행 경과를 정기보고서에 기재하도록 공시 서식을 개정했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1년(지난해 7월 1일~올해 6월 30일)간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삭제·수정한 178곳, 작년 점검 시 기재 부실이 심각했던 146곳 등 총 324개사의 반기보고서를 점검·분석했다.

조사 결과, 사업목적 현황과 변경 내용, 추진 현황 등 공시 작성 기준을 모두 충족한 회사는 45% 수준인 145개사에 불과했다. 나머지 179개사는 최소 1개 이상 세부 점검항목에서 기재가 미흡했다. 주로 회사 사업목적을 단순 기재하는 '사업목적 현황'은 적절히 작성됐으나, △사업 추진현황 및 미추진 사유 △사업목적 변경 내용 및 사유 부분 작성 미흡률이 각각 46.6% 30.9%에 달했다.

최근 1년간 중 주요 7개 테마업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회사는 총 131개사로 나타났다. 공시 인기 사업으로는 2차전지가 56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41개, 인공지능 28개, 로봇 21개, 가상자산·대체불가토큰(NFT) 19개, 메타버스 9개, 코로나 2개 등이었다. 

문제는 공시와 달리 전혀 사업성과가 없는 곳들이다. 지난해 주요 7개 테마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86개사 중 사업추진 내역이 전무한 곳은 27개로 전체의 31.4%에 달했다. 코스피 상장사가 3개, 코스닥 상장사가 24개였는데, △조직·인력 구성 △연구개발 활동 내역 △제품·서비스 개발 진행 △실제 매출 발생 등이 전무했다.

이들 중 11개사는 미추진 사유 기재마저도 누락했다. 나머지 5개사는 '검토 중', 4개사는 '경영환경 변화' 등을 사유로 각각 기재했다.

이들 기업은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13개사) 및 자본잠식(7개사) △최대주주 변경(13개사) 등의 특징도 보였다. 횡령·배임,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 기업도 9곳에 달했다.

금감원은 공시 기준에 미흡했던 179곳에 보완을 지시하는 한편, 사업추진 내역이 전무한 27곳에는 자금 조달 시 신사업 진행 실적 등을 심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사업 발표 직후 주가 급등 시 최대주주 관련자 등이 주식을 매도하고 사업 추진은 사실상 철회하는 등의 부정거래 혐의 기업에는 조사·회계 감리를 통해 엄중히 대처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추진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정기보고서를 통해 실제 사업 추진 여부 및 경과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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