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숏리스트 없이 최종 후보만 발표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이을 차기 행장 후보가 이르면 28일께 발표될 전망이다. 차기 행장 후보군은 6명으로 압축된 가운데 이번 행장 후보 발표는 예년과 달리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롱리스트나 숏리스트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최종 후보를 한 번에 발표할 계획이다.

   
▲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이을 차기 행장 후보가 이르면 28일께 발표될 전망이다./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가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을 최종 6명으로 압축하고 막판 심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추위는 지난달 27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평판 조회와 업무 역량 평가, 면접 등 과정을 거쳐 차기 행장 후보군을 추려왔다.

현재 리스트에 오른 후보군은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겸임), 이정수 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정진완 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조병열 은행 연금사업그룹 부행장, 조세형 은행 기관그룹 부행장 등 6명으로 알려졌다.

후보 6명 모두 조병규 현 행장(1965년)보다 젊고,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이 각각 3명인 점에서 ‘세대교체’와 ‘출신안배’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추위를 겸하고 있는 우리금융 이사들은 지난 22일 열린 정례 이사회에서 조 행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조 행장의 성과와 리더십을 인정하면서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현 경영진의 고강도 책임을 추궁하면서 행장 교체 수순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 행장은 부당대출 사건에는 직접 연루되지 않았으나, 사후 위법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다. 최근 검찰이 우리은행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이 검사를 진행 중이고, 검찰도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엄중한 인식 하에 결과를 지켜보며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우리은행 금융사고와 관련해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에 대응하는 방식을 볼 때 과연 발본색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끼리끼리 나눠 먹기 문화가 팽배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직에 개혁 의지가 있는지, 매니지먼트에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고 비난한 바 있다.

한편 KB금융은 오는 27일 계열사 대표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은행장 후보를 결정한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연임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한 데다가 올해 초 논란이 일었던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를 매끄럽게 수습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올해 말까지 현 은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해 1분기 9286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리딩뱅크’의 좌를 탈환하며 연임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늘어난 3조1028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 은행장은 작년 취임 직후 최대 순이익인 3조4766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3분기에는 1조29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첫 1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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