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나온 ‘노태우 비자금’ 관련 수사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에서 노태우 일가를 고발한 5·18기념재단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재계는 물론 시민단체에서도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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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
27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범죄수익환수부는 지난 26일 5·18 기념재단 관계자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5·18 기념재단은 지난달 14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부터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이 고발은 불러 조사했다는 점에서 수사가 첫발을 뗐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조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는 아직 검찰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수위는 지난달 7일 노태우 일가를 ‘범죄수익은닉죄’와 ‘조세범처벌법위반죄’ 등으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수사가 한 달이 지나도 진척이 없자 환수위는 지난 22일에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수사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환수위 측은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쪽에서는 환수위에 아직 연락이 없는 상태”라며 “노 관장이 공개하고 인정한 직접적인 증거가 있으니 조속히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비자금은 지난 5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을 통해 드러났다. 노 관장은 당시 재판에서 증거로 ‘선경(현 SK) 300억’이 적힌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50억 원짜리 어음 6장을 제시했다.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그룹 측으로 흘러가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노 관장의 기여도를 높게 판단하고,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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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가 노태우 일가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 제공 |
재계 내에서도 노 관장이 직접 불법 비자금이 있다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노 관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은 불법 비자금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도 국정감사에 불참하는 등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행사에는 참석하고 있다”며 “불법 비자금에 대해 떳떳하다면 직접 설명하고, 조사에도 철저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통해 나온 불법 비자금 외에도 추가로 숨겨진 비자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추징하지 못한 노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규모는 1900억 원에 달한다. 이번에 노 관장이 밝힌 불법 비자금은 904억 원으로 1000억 원에 가까운 불법 비자금은 현재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김옥숙 여사는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총 147억 원을 동사이사문화센터에 기부했다. 김 여사가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기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태우 비자금이라는 게 재계 내 중론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씨가 원장으로 있는 만큼 기부를 통해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드러난 불법 비자금 외에도 해외에서 노태우 일가가 굴리는 자금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불법 비자금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불법 비자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에 분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도 노태우 비자금을 환수하기 위한 법안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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