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환경부는 6일 폴크스바겐 경유차(디젤차)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국내 운행 차량의 실제 도로주행 검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주관으로 서울·경기와 인천 일대의 도로에서 이뤄졌다. 이날은 유로 6 골프 차종을 운행했다. 전체 조사 대상은 유럽연합(EU)의 유로 6, 유로 5 배출가스 허용기준에 따라 생산해 국내 인증을 받은 차량 6종이다.

유로 6는 폴크스바겐 골프·제타·비틀과 아우디 A3 등 신차 4종과 이들 4개 차종에 속하는 차 가운데 이미 운행 중인 1종을 섭외 중이다. 유로 5는 폴크스바겐 골프(신차)와 티구안(운행차) 등 2종이다. 나머지 차종은 순차적으로 11월 중순까지 모두 조사한다.

앞서 환경부는 이들 차량에 대해 1일부터 인증시험 상황을 가정한 재시험을 했다. 도로 주행(실도로 조건) 검사는 주행 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작업이다.

조사팀은 이동식 배출가스 측정장비(PEMS)를 활용해 도로를 주행하면서 인증시험 모드 외의 다양한 조건에서 차의 배출가스를 측정했다.

고온·저온, 에어컨·히터 가동, 언덕 주행, 저속·급가속 등 도로 주행 시 나타나는 모든 상황을 상정해 차의 기능 작동과 배출가스 실태를 점검했다. 조사에서는 도심과 시외, 고속도로가 모두 포함된 2개 경로를 이용했다. 각 경로는 세 구간을 약 1/3씩 나눴다.

첫 번째 경로는 경기도 고양시 행신역에서 고양IC까지의 구간이다. 거리 67㎞에 약 100분이 소요됐다.

도심(행신역-독립문-구파발), 교외(구파발-장흥-의정부), 고속도로(외곽순환도로 호원IC-고양IC) 구간이다.

두 번째 경로는 고양시 능곡역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를 거쳐 금산IC까지의 구간이다. 거리 117㎞를 약 120분 동안 달렸다.

도심(능곡역-경복궁-서강대교), 교외(서강대교-김포대교-행신역), 고속도로(행신역-인천공항고속도로-금산IC) 구간으로 짜였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주 1차 실내 조사(인증시험 모드)에서는 모든 차량이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국내의 질소산화물(NOx) 인증기준은 유럽연합(EU)와 같은 0.08g/㎞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실내 검사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모든 조사 차량이 기준 이내로 나왔다"며 "실내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주행 시험까지 해서 조작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미국과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면 폴크스바겐에 기술적 조작을 했는지를 질의해 임의 조작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폴크스바겐 2차종에서 허용기준(0.44g/㎞)의 15∼35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이 배출됐다.

환경부는 또 차량에 금지된 '임의 설정'(defeat device)을 했는지 확인하고자 독일 본사로부터 전자제어장치(ECU)를 해석하는 소프트웨어도 확보했다.

폴크스바겐 차량은 배출가스의 양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달았다가 적발됐다.

인증시험 때에는 소프트웨어를 작동해 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했다가 도로를 주행할 때에는 소프트웨어를 꺼서 가스가 많이 나오도록 한 것이다.

향후 조사는 도로 주행으로 배출가스 실태를 확인하면서 부가적으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조작이 이뤄졌는지도 들여다보는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환경부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조작 여부를 판정하는 방법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는 소프트웨어 자체가 고도의 기술력을 동원해 만든 것인데다 이것만으로는 확실한 조작으로 단정 짓기 어려운 만큼 주행 시험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환경부는 11월 중순까지 도로 주행 검사를 끝내고 배출가스 실태와 한국·EU·미국의 기준에 따른 평가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