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오른쪽)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야당 의원들로부터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한 사과 및 사퇴를 종용받았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6일 국정감사에서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장의 자격 논란을 제기해 온 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가 계속된 가운데 분노에 찬 일성(一聲)이 울려퍼졌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야당 의원들로부터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한 사과 및 사퇴 요구, 방문진 이사장 인선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반복적으로 받은 고 이사장의 우군을 자처, 질의응답을 나누던 중이었다.

서 의원은 ‘사법부 일부 좌경화’ 발언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고 이사장의 상황을 ‘병’에 비유하며 “점점 예우가 나빠지고, 이 문제가 심각해져 수술도 안되고, 나중에는 백약이 무효, 사람이 죽어야 같이 없어지는 병이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고 고 이사장은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계시다”고 답변했다.

고 이사장의 답변 직후 야당 측 이개호 정호준 의원 등이 고 이사장에게 소리내 웃으며 노골적인 비웃음을 보냈고 이 순간 서 의원은 “의사진행발언 중에 웃고 낄낄대지 말라”며 “뭐하시는 건가. 초선의원이 나쁜 것부터 배웠다”면서 “조심하시라”고 격분했다.

서 의원은 야당 의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제대로된 발언 기회를 갖지 못한 고 이사장에게 친북·반국가 행위여부를 판단하는 주된 잣대인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에 대해 “본 의원에게 할애된 시간(약 4분30초)을 다 드릴테니 속시원하게 얘기하시라”라고 설명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고 이사장은 “이를테면 공산주의 또는 민중민주주의 사상을 갖고 있다 해서 바로 처벌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운동, 인민정부에 의한 연방제 통일 순으로 이어지는 3단계의 대남적화전략에 동조하고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념적으로 공산주의라는 것만 가지고 처벌대상이 되는 게 아니고 친북·반국가 인명사전 등재도 기본적으로 이 전략에 동조하는 사람들 위주로 작성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거명한 것이 일방적으로 ‘범죄자’ 수준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 이사장은 앞서 지난 2일 국감에서 문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거나 “사법부 일부가 좌경화됐다”, “국사학자 90%가 좌경화됐다” 등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이날 야당 측 최민희 의원과의 질의에서 이같은 발언들을 재확인하는 한편 ‘1964년 내려진 김일성 교시에 따른 북한의 사법부 침투 전술이 상당히 성공했다고 주장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사법부에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의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진 ‘공무원 중에도 있는가’라는 질의에는 “물론”이라면서 “현재 검찰에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에도 있는가’라는 질의에도 “가능성은 어디에나 있다”고 답했다. 서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선 “언론도 교육계에도 걱정이 많다”고 하기도 했다.

‘통일연방제 등을 제시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냐’는 질의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민중민주주의자”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과거 고 이사장이 민중민주주의를 ‘변형된 공산주의’라고 한 점을 들어 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인가’라고 물었고 단답을 요구받은 고 이사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고 이사장에게 “일베의 영웅이 되셨다”면서 “‘김무성 내보내고 고영주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셔라’, ‘고영주 장군’이라는 말도 나오더라”며 비난했고 고 이사장은 “저는 전혀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이밖에 야당 의원들은 2002년 방북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만난 뒤 “시원시원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전향한 공산주의자 라고 밝힌 김문수 전 경기지사, 민족문제연구소와 인맥이 있는 이인호 KBS 이사장 등 유력한 보수 인사들도 반국가행위자라고 보느냐며 공세를 폈다.

또한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국사학계, 교육계, 수사기관 등 공무원, 사법부 인사의 이름까지 거론하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고 이사장은 특정인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국사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가 우리나라의 체제임을 분명히 하라’고 교과부 지시가 내려가니까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위원 9명이 아니라면서 사퇴했다”며 “그 사람들은 좌경화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또한 고 이사장을 “가장 극단적인 사고로 상식에서 벗어났다”고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면전에서 “사퇴하라”고 종용하는 등 그에 대한 자격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방위 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흡사 고 이사장 청문회같은 느낌이 들어 다른 방송통신위원장, KBS 관계자들이 서운하실 것같다”고 에둘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