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그동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주장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 원장은 28일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 논의는 상장법인의 합병, 물적 분할 등을 발단으로 시작했는데 자본시장과 관련성이 상당히 낮은 기업 모두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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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주장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
이어 그는 "주주 보호 원칙을 자본시장법에 규정하고, 구체적으로 합병·분할 등에 사안이 있을 때 적정 가치 평가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물적 분할 시에는 상장 차익을 모회사의 주주들이 공유받을 수 있는 장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기존의 입장과 다소 상이하다. 이 원장은 그동안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수차례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제 개인적인 생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증상에 맞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경제상황이 엄중한데 지나치게 소모적인 방식보다는 다수의 이해 관계자가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상장법인의 합병 등에 한정하면 경영 위축 등의 우려를 한층 덜어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상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용이한 만큼 시의성 있게 대응할 수 있고, 이사의 면책 보장으로 적극적인 경영활동도 기대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고려아연 인수합병(M&A)을 시도 중인 MBK파트너스에 대해 이례적으로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금감원은 그동안 고려아연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및 회계심사 등으로 엄정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몇 차례 냈지만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 원장은 "과거에는 당국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면, 이제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산업군은 기간을 20~30년으로 길게 봐야 하는데, 5년, 10년 내에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화두로 삼아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금융자본이 기업을 인수한 후 단기간에 재매각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행태가 궁극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영풍 측의 환경오염 손상차손 미인식과 관련한 회계상 문제점을 발견해 이번 주부터 감리로 전환해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히 회계 부적정 처리에 대해서 결론을 내겠다"며 "시장질서 교란 행위와 관련해서는 (고려아연이나 MBK·영풍 중) 어느 쪽이 됐든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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