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재계는 꾸준히 부작용을 언급하며 반대 의견을 내왔는데 더불어민주당과 간담회를 통해 재차 상법 개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최근에는 학계에서도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으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상법 개정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재계는 지속적으로 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내비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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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경제계 간담회에서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29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과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그룹 사장단들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와 간담회를 갖고 상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와 제안사항을 전달했다.
이번 간담회는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재계 의견과 건의사항을 청취하겠다며 간담회를 제의하면서 마련됐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간담회에서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중동,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며 “국익의 관점에서 보면 규제보다는 적극적인 산업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본원적 경쟁력을 키워야 된다는 전문가 의견도 많이 있다”며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규제가 강화되면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제도 경쟁력은 큰 폭으로 하락해 올해 67개국 중 64위로 최하위 수준”이라며 “기업환경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다. 지배구조 이슈의 경우 2020년 상법 개정 및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통해 규제가 다수 도입됐는데 4년 만에 다시 상법 개정이 논의돼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재계 내에서는 민주당에서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소송이 남발할 수 있고, 해외 자본의 경영권 공격 위험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소송 리스크로 인해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회사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부작용도 거론된다.
학계에서도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주장이 나오면서 재계의 반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지난 28일 열린 ‘밸류업과 지배구조 규제의 최근 논의와 과제’ 세미나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개념적으로도 모호하고 이사의 구체적인 책임 범위와 행동 지침을 제공하지도 못한다”며 “불명확한 법 개정은 이사의 경영판단을 위축시켜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인정해도 배당 등 단기주주 이익과 신사업 발굴 등 장기주주 이익이 상충할 때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며 “주주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하는 경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줄곧 주장해왔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재계의 반발에 한발 물러섰다. 이 원장은 28일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며 “현재 경제 상황이 엄중한데 지나치게 소모적인 방식보다는 다수의 이해 관계자가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소통을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은 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재계는 총력을 다해 상법 개정의 부작용을 전달할 방침이다.
다음 달 4일에는 민주당에서 상법 개정과 관련해 공개토론 자리를 마련했는데 재계에서도 참여해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토론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주재할 것이 유력하다. 재계는 이 대표를 직접 설득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재계의 우려와 제안을 확실하게 전달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올해 안으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인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며 “재계와 힘을 합쳐 의견을 전달할 우군을 확보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상법 개정의 부작용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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