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60조원대에 달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의 투자 분위기가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보다 안전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ELS 발행사들은 목표 수익률을 다소 낮추더라도 실제로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큰 구조의 상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성향 변화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8%대가 주종을 이루던 ELS의 연간 목표 수익률이 최근 5%대 이하로 낮아지는 추세다.

삼성증권이 발행한 ELS의 연간 목표 수익률은 1∼8월에 6∼7%대였지만 9월에 5.77%로 낮아졌다. 하나금융투자도 이번 달에 연 목표 수익률이 5%대인 ELS를 발행했다.

코스피200지수, S&P500지수,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묶은 '하나금융투자 ELS 5836회'는 1차 조기 상환 조건을 통상적인 조건보다 완화한 '80% 이상'으로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6개월 사이 세 지수가 20% 이상 폭락하지만 않으면 연 5%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구조다.

기초 자산의 종류를 줄이는 것도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추려는 시도 중 하나다.

HMC투자증권이 모집 중인 'HMC ELS 제1468회'는 미국 S&P500지수 하나만을 기초 자산으로 삼은 3년 만기형 상품으로, 연 4.7%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여러 기초 자산이 있으면 하나라도 기준에 못 미칠 경우 손실이 난다. 기초 자산의 숫자가 적으면 그만큼 수익률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구간을 뜻하는 '녹인 배리어'(knock in barrier)가 없는 '노 녹인'형 상품은 최근 출시되는 ELS의 주류를 이룬다.

가령 '가입 당시 기초 자산 가격의 50%' 식으로 녹인 배리어가 있을 경우 보통 3년인 투자 기간에 한 번이라도 기초 자산의 가격이 크게 하락해 배리어 밑으로 내려가면 '설정 당시의 80% 이상' 등 별도의 높은 요구 조건을 다시 충족해야만 만기 때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녹인 배리어가 없는 '노 녹인'형 상품은 보유 중에 기초 자산 가격이 아무리 폭락해도 만기 때에 50∼60%가량 이상 수준을 유지하면 약정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증권사들이 목표 수익률을 다소 낮춘 대신 안전성을 보강한 상품을 대거 출시하는 것은 최근 투자자들의 안전 중시 성향이 날로 강해지고 있어서다.

6월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이하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은 ELS의 조기 상환이 속속 어려워지자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 심리가 커졌다.

ELS는 3년 만기 상품이 주종을 이루지만 ELS 투자자 상당수는 조기 상환이 되는 것을 전제로 6개월 단기 자금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H지수가 고점 대비 30%가량 폭락하면서 ELS의 조기 상환 비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직 만기가 되지 않아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에 빠진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7월 ELS 조기 상환액은 6조9450억원에 달했지만 8월, 9월에는 각각 3조8235억원, 1조2936억원으로 감소했다.

조기 상환이 어려워졌다는 인식 속에 ELS 발행액도 급감하는 추세다. 6월 8조3931억원이던 ELS 발행액은 7월, 8월, 9월에는 7조4073억원, 6조463억원, 3조6081억원으로 줄었다.

이런 가운데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 탓에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6%대에 그치자 투자자들이 ELS를 바라보는 눈높이도 같이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전반적으로 ELS의 목표 수익률이 낮아진 것은 수익성보다 안전성을 강조한 상품이 많이 발행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을 기준으로 ELS의 총 발행 잔액은 65조3532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