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복 사진 싣고 '수감자 유관순'…좌파 아니고선 생각할 수 없는 일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을 비롯,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집필기준을 바꾸거나 국정교과서로 돌리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대부분은 개인의 자유와 선택, 개인의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 작은 정부, 세계화와 통상의 중요성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을뿐더러 대한민국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기술 행태를 보이고 있다. 역사교과서는 기술의 좌편향,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방해 사태, 대한민국 역사 왜곡 등 현재 한국사회의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탈북자 김정(가명)씨는 40대 여성으로 북한에서 교사 생활을 했고, 탈북한 후 한국에 거주 중이다. 최근 빚어지는 역사교과서 왜곡과 관련하여 미디어펜에 북한 교과서의 실상과 한국 역사교육의 모순을 밝히는 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탈북 여교사가 본 역사교과서 왜곡(1)

국민이 인정하고 있는 한 진실은 진실로 꼭 남을 것이다

나는 북한 함경북도 청진에서 살다가 2010년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자이다. 내가 비행기에서 내려 인천공항을 나왔을 때 한 사람이 다가왔다. 대한민국에 첫발을 딛자마자 나는 무섭고 두려웠다. 혹시 기자면 어쩌나 하고 염려했는데 마이크, 사진기 같은 것이 없어 다행히 기자는 아닌 것 같았다. 그는 3.1운동과 유관순 열사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3.1운동은 알지만 유관순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김일성 일가의 역사만 밥 먹듯이 배운 나라에서 유관순 같은 애국 열사를 알 리 없었다. 북한 사람들은 누구나 다 유관순이 누군지를 모른다.

왜 그걸 묻는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다시 되물었다. 그 사람은 아무 말도 않더니 대한민국에는 유관순 동상도, 유관순 열사기념관도 있다면서 훗날 시간이 되면 찾아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내가 탈북자인걸 알아본 것 같다. 갈 곳이 없어 중국 땅에 숨어서 거지가 되어 떠돌다가 끝내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나에게 조국이란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려주기 위해서 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연유로 내가 대한민국에 와서 대통령의 이름보다 제일 먼저 안 이름이 유관순 열사다.

   
▲ 역사교과서는 기술의 좌편향,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방해 사태, 대한민국 역사 왜곡 등 현재 한국사회의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다./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요즘에도 계속 되는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의 진실을 찾아가다가 내가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이 교과서에 실린 우리나라 3.1운동에 관한 역사의식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3.1운동이라면 유관순 열사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일부 한국사 교과서에는 3.1운동을 열거하면서 유관순 열사에 대해 ‘수감자 유관순’으로 사진 밑에 부연설명을 단 것으로 그쳤다.

이것도 처음 발행 시에는 전면 누락시켰다가 유관순열사 기념사업회에서 강력히 따지자 죄수복을 입은 열사의 사진을 싣고 수감자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토록 한국사 교과서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지를 깨닫고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침묵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북한의 교과서들에 실린 3.1운동에 대해 파헤쳐 보자. 나는 아직도 3.1 운동에 대해 쓴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의 한 페이지가 또렷이 떠오른다.

북한 교과서의 장에는 <3.1운동에서 조선 독립 만세를 목청껏 부르며 뛰어가시는 6살 나시던 김일성 대원수님>이란 제목의 내용이 있고 어린 김일성이 흰 바지저고리를 입고 <조선 독립 만세!>를 외치는 군중들 속에 섞이어 함께 뛰어가는 유화가 그려져 있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북한의 수천수백개의 연구실에 그 그림이 수천, 수백 개로 나뉘어져있다. 과연 6살 난 아기인 김일성이 그 수만 군중 속에서 밟혀죽지 않고 3.1운동이 시작된 순간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함께 달렸다니, 대한민국 사람들이 이건 진실이라고 믿는가. 또 과연 그 순간에 존재하기는 했지만 구경이나 했음 다행일지 모를 천진난만한 아기를 그림으로 설명해 가면서 없는 사실을 역사의 진실처럼 오도하는 북한과, 우리민족이 낳은 장한 딸인 유관순열사를 교과서에서 퇴출시키는 대한민국은 역사의 진실 앞에 공정하다고 말해야 하는가.

나는 교과서를 낸 몇몇의 역사가들만이 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어딜 가나 유관순 업적이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 유관순열사의 동상, ‘유관순열사기념관’은 물론 ‘유관순체육관’, ‘유관순 복’, ‘유관순반티’, ‘유관순 함’, ‘유관순 호’ 등 유관순열사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너무 많다. 이게 최고의 진실이 아니고 뭔가. 그래도 부정하겠는가.

이것은 어느 잘못된 역사가들이 진실을 오도해도 우리 국민들이 영원히 유관순을 부르며 인정하고 있는 한 그것은 일말의 가치 없는 언어도단에 불과하다고 본다. 북한과 같은 개인 독재 국가도 아닌 국민의 나라가 도대체 역사를 어떻게 끌고 가고 있는가.

   
▲ 교과서라고 할 때면 먼저 미래를 뜻하는 아이들을 먼저 떠올린다. 세상에 태어나 이 세상에서 가장 진실 되고 참된 것만 배워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깨끗한 머리에는 오도된 진실이 절대 자리할 구석을 주어서는 안 된다. 9월 8일 자유민주수호연합, 나라사랑실천운동, 바른사회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한 교육정상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교과서 발행 초기에 유관순 전면 누락의 원인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헤매던 중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바로 친일 행적이 있는 이화학당의 교장이 유관순열사를 대표인물로 소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으로 아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북한에서 매 개인의 뒤를 쫓아다니며 성분 조사를 하고 인간의 인생을 성분으로 규정지어 얽매이게 하듯이 이게 또한 그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심각하게 든다.

북한에서 살 때 내 남편이 간부여서 성분이 나쁜 내가 간부 집 여자로 살수 없어 애까지 낳고도 강제 이혼당하고 가정에서 쫓겨나듯이 이것이 그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북한식으로 따지면 유관순 열사를 천거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어서 역시 인정해 줄 수 없다는 북한식 정치방식의 한 대목이다. 북한에서 장성택을 죽임에 있어서 그 주변의 인물들까지 다 몰살시키는 방식과 유사한 것이 아니라 똑같다. 좌파가 아니고서는 감히 생각해 낼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처럼 훌륭한 독립투사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천거해준 한 인물이 친일파여서 그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부정하다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진실이 하나도 없는 북한에서 거짓만을 읽으며 살아온 내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와서 모든 것이 다 진실일 것이라고만 믿은 것이 잘못된 인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라고 할 때면 먼저 미래를 뜻하는 아이들을 먼저 떠올린다. 세상에 태어나 이 세상에서 가장 진실 되고 참된 것만 배워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깨끗한 머리에는 오도된 진실이 절대 자리할 구석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탈북자의 한사람으로서 강력히 주장한다. /김정 탈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