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글로벌 경기 침체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오너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기존보다 더 폭넓게 경영에 나서는가 하면, 그룹의 리밸런싱도 주도하고 있다. 오너 3·4세들도 승진하면서 오너 경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는 오너 경영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고, 과감한 투자 결정 등 위기를 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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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 보은사업장을 방문해 제품 출하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사진=한화그룹 제공 |
2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오너십 강화 움직임이 두드러진 양상이다. 먼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직에 올랐다. 김 회장은 그룹 내 방산 부문의 중요성이 커지자 경영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 회장은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취임식에 초대받은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네트워크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SK그룹 내에서는 오너일가가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비핵심 계열사를 줄이고,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자회사 SK렌터카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으며, SK스페셜티 역시 매각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작업도 마무리했다. 이달 5일에 예정된 인사에서는 임원들을 대거 줄이면서 고강도 쇄신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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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구동회 LS MnM 부사장 CEO,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 사장,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사진=각사 |
오너 3·4세들도 올해 연말 인사에서 대거 승진하면서 오너 경영에 힘을 보탠다. HD현대에서는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도 정의선 회장이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사실상 오너 경영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정기선 수석부회장 승진도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그룹 핵심 사업들을 직접 챙기고, 미래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S그룹에서도 오너 3세 구동회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이번 인사는 오너 경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구 부사장은 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이끄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LX그룹에서는 구본준 LX그룹 회장 장남인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구 부사장은 1987년생 ‘젊은 피’지만 그룹 미래 준비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혁신 활동도 주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양그룹도 오너 4세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에게 화학사업을 이끌게 하면서 오너 경영에 힘을 줬다. 김 사장은 삼양그룹 내 화학2그룹 부문장을 겸직하게 됐는데 기존에 맡고 있던 지주사 미래 전략과 함께 화학까지 더하면서 영역을 확장했다.
이같이 오너 역할이 강화되는 이유로는 경영 불확실성 때문이다. 내년에도 글로벌 경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위기 대응이 중요해졌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영향까지 있다 보니 오너가 직접 경영에 나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오너 경영의 경우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경영 효율성이 높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 상황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또 오너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도 위기 상황 속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행보다. 오너 3·4세들은 대체적으로 그룹 내 신성장 동력을 책임지고 있는데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속도감 있게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승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내수 부진은 물론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너들이 책임감 있게 경영에 나서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도 결국은 오너들의 입김이 작용하는 만큼 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오너십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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