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양 사의 자회사 통합작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자회사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을 통합한 메가 LCC(저비용항공사) 출범으로 LCC 업계의 지각변동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국내 LCC들 간 합종연횡도 예상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EC(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위한 선결 요건이 모두 충족돼 심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법무부(DOJ)의 심사가 남았지만 아직까지 미국 법무부가 별도로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만큼 사실상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미국 DOJ에 EC의 최종 승인 내용을 보고한 상태다.
대한항공이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시한 후 4년 만에 합병 과정을 마무리하게 되면서 메가 LCC 출범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앞서 지난 2020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양 사 산하 LCC의 단계적 합병 계획도 밝혔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 LCC 출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 및 계획은 향후 LCC 3사가 상호 협의해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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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부산 A321neo 항공기./사진=에어부산 제공 |
통합 LCC 출범으로 업계의 순위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메가 LCC와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의 3강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LCC 1위는 제주항공이지만 통합 LCC가 출범하면 단숨에 1위로 올라서게 된다. 1위를 지키기 위한 제주항공과 유럽 노선을 이관받으며 몸집을 불린 티웨이항공, 통합 LCC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해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3사의 합산 매출 규모는 2조4785억원으로 현재 업계 1위인 제주항공(1조724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통합 3사의 합산 보유 항공기도 58대로 제주항공(42대)를 앞서게 된다.
제주항공은 선제적인 투자와 수익구조 다각화를 통해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LCC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필요시 M&A 등을 통한 몸집을 불리기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 7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CEO 메시지를 통해 "항공산업의 구조 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간 매각 대상이 될 것이고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 지가 중요하다"며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제주항공의 인수 대상으로는 이스타항공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9년 제주항공은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고 있던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다가 2020년 7월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LCC 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는 대명소노그룹도 변수다.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확보하는 등 항공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명소노그룹이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먼저 인수해 항공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노하우를 쌓은 뒤 티웨이항공 추가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 7월과 10월, 총 2300억 원을 투자해 티웨이항공(지분 26.77%)과 에어프레미아(지분 11.6%)의 2대 주주에 올랐다. 대명소노그룹과 티웨이항공의 1대 주주인 예림당(30.05%)과의 지분율 차이는 약 3.3%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
또 다른 변수는 에어부산이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에어부산의 부산 존치 여부를 두고 부산 지역사회의 반발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부산 지역 일부 기업은 에어부산의 지분을 16.15% 갖고 있다. 부산시는 에어부산 분리 매각,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둘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LCC는 진에어 중심으로 통합해 인천국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삼겠다"고 밝힌 만큼 에어부산 존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압계 관계자는 "4년에 걸친 합병이 끝이 보이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면서 "합병 과정에서 잡음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물리적, 화학적 융합을 위한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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