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기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가 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선진 노사관계 구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개혁은 사실 비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합리적인 노사관계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9월 13일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합의한 이후 국회에서 노동개혁 관련 법률에 대한 입법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당장 새누리당의 5대 입법안에 대해서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합의안과 달라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동반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노동개혁을 저지하겠다는 상황이다.

뜨거운 감자였던 2대 쟁점(임금피크제, 공정해고)에 관해서도 향후 정부와 노동계가 협의를 거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개혁은 산 넘어 산이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노사 간 불신 그리고 노조로 인해 개혁을 단행할 수 없는 구조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비슷한 난관에 계속해서 봉착하게 되리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는 노사관계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환기하는 동시에 현재 노사 간 불신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법적 과제들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발제자로 나선 조영길 아이엔에스 변호사는 “진정한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법적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조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이 파견근로를 제조업종까지 완전 자유화 한지 12년 이상이 지나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파견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낡은 규제를 계속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파견근로 자유화는 독일 하르츠 개혁에서 고용창출 효과를 가장 크게 거둔 제도 중 하나로써 고용창출이 검증된 제도”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파견근로에 대하여 조 변호사는 “1997년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 중 대체근로(신규채용, 파견활용, 하도급 등)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 결과 강성노조가 합법쟁의권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 기업들이 강성노조의 과도한 근로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고, 기업은 이로 인한 부담을 보전하기 위해 강성노조가 대변하지 않는 기간제, 파견근로자, 사내 및 사외 도급내지 협력회사의 근로자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근로자 간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변호사는 이어 “노동관련 법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할 책임을 진 정부와 국회가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강한 저항과 반발을 피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의 추진 절차에 대한 부당한 저항을 감수하면서도 집권당의 책임 있는 입법추진이라는 검증된 방법을 택하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 바른사회가 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선진 노사관계 구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개혁은 사실 비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합리적인 노사관계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바른사회시민회의

‘노사관계와 경제발전’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1987년 체제라고 불리는 노동자대투쟁은 한국경제에 엄청난 구조변화를 가져왔고 1987년 체제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1992년부터 중성장기로 내려앉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교수는 “높은 임금상승률은 기업의 해외탈출러시를 가져왔다”면서, “1980년 대 연간 1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던 한국의 해외투자액은 1987년 4억 달러, 1990년 10억 달러, 2000년에 50억 달러를 넘어서고 2006년에 드디어 119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의 해외투자는 급속도로 증가해 2013년에는 298억 달러에 달한다.

오 교수는 “분석결과 한국에서는 경제성장률, 노조조직률, 기술발전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고용에 가장 크게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교수는 “경제성장은 양질의 상용직 일자리 증가를 통하여 소득분배를 개선시키고 있는 반면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영세자영업이 증가하면서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되었다”면서 “노동시장 개혁과제와 더불어 투자를 활성화 해 경제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는 것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상 노조가 파업을 개시한 경우 사용자는 대체근로가 금지되기 때문에 파업으로 인한 생산량 저하 등 경영상 손실을 모두 부담할 수밖에 없다”면서 “반면 노조는 파업으로 인하여 발생한 민사상 손해배상에 대하여 민사책임을 면제받는다”고 밝혔다.

파업은 형사상 정당행위에 해당하게 되어 형사책임 역시 면제되기에, 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하여 사용자는 이를 자기책임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해외사례에 관하여 “미국은 파업시 사용자가 영구적으로 대체 근로자를 고용할 권리가 있고 독일은 파업으로 중단된 업무를 재개하기 위해 신규채용을 하거나 제3자에게 도급을 줄 수 있으며 일본도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대항행위로 대체 근로자의 채용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대체근로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들이 노조의 쟁의권과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와 조화차원에서 대체근로를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파견법과 관련해 변화된 경제환경으로 인해 산업현장에서는 사용업무 및 기간의 제한이 없는 용역 또는 도급근로의 활용으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제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현실적 요구에 따라 고용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파견대상업무를 ‘제조업’을 포함해 ‘모든 업종’을 네가티브리스트화(원칙 허용·예외 불허)해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