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 한 사태가 4일 내각 일괄 사의표명 등의 후폭풍으로 이어지자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 28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개최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관료 탄핵과 예산안 단독 처리를 강행하는 것을 꼬집으며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면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계엄사령부 사령관으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다. 계엄사는 이날 정치 집회 결사 금지와 언론 통제 등 총 6개 항목으로 구성된 1호 포고령을 발령하고 오후 11시부로 계엄 체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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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
그러나 4일 오전 1시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됨으로써 계엄은 해제 절차를 밟게 됐다. 이에 오전 4시 27분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했고, 3분 뒤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면서 계엄은 선포 6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계엄이 발동된 6시간 동안 사회 곳곳에서는 혼란이 발생했다. 계엄군이 4일 오전 12시 7분경 국회 본회의 무력화를 위해 경내에 진입하면서 국회 기물이 파손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으며, 대통령실 등 정부부처에서는 출입기자들의 퇴거 명령과 출입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실제 미디어펜도 오전 1시경 대통령실 출입을 시도했지만 포고령 발령을 이유로 진입에 실패했다. 당시 경비 업무를 담당한 경찰은 “현재 계엄 상황이다. 기자들은 통제에 따라 달라”라며 사진 삭제를 비롯해 언론 취재 활동을 통제했다.
이에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 일대에서는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거리에 나와 계엄 상황에 대한 불안감과 분노를 표출됐다. 미디어펜이 만난 70대 남성 김모씨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었다. 당시에는 이런 사람인 줄 전혀 알지 못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당장 대통령을 탄핵시켜버려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더불어 이날 비상계엄에 따라 대통령실 경비 업무를 수행하던 경찰들 또한 계엄에 강한 반감을 보였다. 이들은 경비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에도 “윤석열이 제정신이라면 이렇게 할 수 없다. 대통령이 약주를 한 것이 아니겠나. 진짜 미친X이다”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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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당직자와 시민들이 국회 본청 안으로 진입을 하려는 계엄군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배경에는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명태균 게이트,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국정조사 등이 윤 대통령을 사지로 몰았다는 해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계엄으로)국회를 무력화시키고,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를 끌어내리면서 국회 상황을 반전하려고 했던 그런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며 “(최후의 수단으로)계엄을 통해 국정 주도권 장악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 또한 “대통령실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다 보니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상태였던 것 같다”라면서 “정치적 고립이 결과적으로 정치적 자살을 택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은 불가피하며,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더라도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계엄 선포 이유로 밝힌)예산안 심사와 탄핵 소추는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이는 헌법 질서에 있는 것이다. 헌법과 국회법에 의한 국회의 정상적인 권한 행사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내린다는 것은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한 것이다. 야당이 탄핵을 안 하는 것이 더 이상한 상황이 됐다”라고 말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도 “윤 대통령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군인들에게 총을 주고 국회에 밀어 넣은 대통령을 누가 믿겠나. 우리 국민들은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탄핵이 진행된다면 찬성률이 굉장히 올라갈 것이다”라면서 “탄핵이 안 되더라도 대통령의 리더십은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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