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판덱스 자체개발 20년 만에 '세계 최고' 등극
품질혁신·고객지향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
중국·베트남·터키 등 세계시장 전진기지화 박차
[미디어펜=김세헌기자] 효성이 프리미엄 스판덱스 제품을 앞세워 전 세계 섬유시장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효성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550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에도 222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3042억원) 대비 약 56.8% 증가한 4772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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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은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 홍콩, 상해 등 세계 중요 거점 시장에 크레오라 라이브러리를 운영, 효성과 고객사가 함께 개발한 원단을 세계 유명 브랜드와 유통업체에 소개하고 있다. / 효성그룹 제공 |
이러한 효성의 양호한 실적은 기술과 품질에 대한 지난 20년 동안의 숨은 노력이 숨어 있다. 특히 효성의 스판덱스는 1992년 국내 최초로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 성공한 이후 20년 만에 세계 시장 정상으로 올라서며 효성의 세계시장 공략을 선도하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creora)’는 중국, 베트남, 터키, 브라질 등 전 세계에 구축된 생산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1990년대 초 국내기업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이래 후발 주자였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 고객에 최적화된 마케팅을 통해 지난 2010년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스판덱스는 일명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릴 정도로 고부가가치를 지닌 기능성 섬유로 원래 길이의 5~7배 늘어나며 원상 회복률이 97%에 달해 신축성이 좋다. 고무줄보다 가벼운 동시에 본래의 탄성을 유지하는 특성이 뛰어나 란제리, 스타킹은 물론, 최근에는 청바지와 같은 데님(Denim)류, 기저귀, 아웃도어, 정장 의류에도 사용된다.
효성의 소재개발에 대한 집념은 스판덱스에만 그치지 않는다. 탄소섬유, 폴리케톤 등 고부가가치 신소재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효성은 이 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화학소재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효성은 나일론 생산과 판매를 통해 세계 시장의 판로를 개척하던 조석래 회장이 스판덱스 연구 개발을 지시함에 따라 1989년 스판덱스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약 3년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한 결과 1992년 세계에서 네 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은 개발 성공 이후에도 품질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1990년대말 대대적인 상업 생산과 판매에 성공했고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효자 사업으로 성장, 섬유 산업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와 관련 효성 관계자는 “스판덱스 기술개발과 사업의 성공은 경영진의 기술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1971년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연구소를 설립한 효성은 창업주 조홍제 회장부터 조석래 회장에 이르기까지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철학 아래 뚝심 있게 독자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했다.
이어 “효성은 2000년대 중반 중국 시장의 저가 제품의 물량 공세로 스판덱스 사업자들이 잇달아 도산했던 어려운 시기에도 가격보다는 차별화 기능성 제품 개발에 매진해왔다”면서 “이를 통해 경쟁사들의 우위에 설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전 세계의 스판덱스 시장을 선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세계시장 공략 위한 공격투자 주목…세계1위 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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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인터필리에르 전시회 효성관에 선보인 '크레오라' 제품. / 효성그룹 제공 |
효성은 세계 시장 내 선도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적시에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안양과 구미 등 국내에 공장을 건립한 후 1990년대 말부터 중국에 대대적인 시설 투자를 진행해왔다.
1997년 IMF로 인한 경제 불황 속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중국 내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중국 내수시장 공략은 물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본격적인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2007년부터 투자를 진행했던 베트남 공장은 단일 자체공장으로 세계 최대의 공급 능력을 보유하며 효성의 수익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2008년에 완공된 터키 스판덱스 공장 역시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의 중심에 위치한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유럽시장 공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효성은 2011년 브라질 스판덱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총 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공장을 완공했다. 이후 현지 생산체제 구축 2년 만에 브라질 내수 시장 점유율 50%를 석권하는 등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 시장을 대상으로 한 판매를 늘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현재 연산 총 19만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해 우수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효성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공급 물량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효성은 2000년대 초반부터 크레오라를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고객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진행해왔다. 유럽 진출 당시 다수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밀집돼 있는 이탈리아 현지에 물류 창고를 세우는 한편, 현지 기술 매니저를 양성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펼치며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선도하기 위해 끊임없는 차별화 제품 개발과 품질혁신도 이끌어 고객 만족도를 높여왔다.
이외에도 고객사가 원하는 것을 함께 고민하고 돕는 마케팅 활동을 통해 효성 크레오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고 있다. 크레오라의 우수한 품질과 기능을 알려주는 동시에 신규 고객 확보, 기획부터 최종 의류 제품에 이르는 일관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축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효성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 홍콩, 상해 등 세계 중요 거점 시장에 크레오라 라이브러리를 운영, 효성과 고객사가 함께 개발한 원단을 세계 유명 브랜드와 유통업체에 소개하고 있다”며 “특히 2010년부터는 매년 브라질, 홍콩, 베트남, 중국, 동유럽 등에서 크레오라 워크숍을 개최해 최신 패션 트렌드와 원사 활용법을 전수하고 있어 현지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