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차별화에 따른 불평등은 경제번영의 전제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는 폭넓은 학술활동을 통해 기업정책 및 경제발전 연구에 매진한 ‘기업경제’ 전문가다. 좌 교수는 양극화와 저성장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답,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동반성장 기조를 회복시킬 방안에 대해 기존 주류경제학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좌 교수는 저서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을 통해 “오늘날 세계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고난도의 경제문제와 더불어 한국경제 동반성장의 해법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박정희 시대의 기업부국패러다임, 신상필벌의 차별화원리 속에 있다”고 밝힌다. 미디어펜은 향후 한국경제의 길을 찾고자 하는 취지에서 좌승희 석좌교수의 저서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의 일부를 발췌하여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아래 글은 일곱 번째 연재다. 저서를 펴낸 곳은 출판사 ‘백년동안’이다. [편집자주]

 

   
▲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미디어펜 회장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⑦] 한국 개발연대 성공의 교훈

경제적 차별화에 따른 불평등은 경제번영의 전제

정리하자면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연대 경제운영 패러다임은 ‘차별화 원리의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스스로 돕는 사람들, 즉 발전의 정신을 가진 경제주체들이 더 대접받도록 함으로써 경제주체들 모두를 스스로 돕는 자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어 내는 유인과 동기부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주류 경제학의 주장과는 달리 산업정책, 또는 정부의 개입 그 자체가 반드시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온다고 볼 수는 없다. 정부의 개입이 철저한 차별화 원리를 구현하는 한, 시장에 의한 자원배분에 비해 반드시 왜곡을 초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시장의 차별화 기능이 취약한 경우에는 정부의 개입이 차별화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시장을 보완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촉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오늘날 개발연대 패러다임이 양산했다는 소위 한국 경제의 질곡이라는 각종 불균형들, 예컨대 소득 불균형, 지역 간 격차, 경제력 집중과 같은 문제들도 진정으로 부작용인지 아니면 앞에서 논의한 경제발전의 불가피한 현상인지 쉽게 예단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경제적 차별화 발전원리는 경제력이 특정 경제주체(기업이나 개인)나 지역에 집중 또는 집적되는 현상이 발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본다.

   
▲ 박정희 대통령은 그의 집권 기간 내내 ‘신상필벌’의 원칙을 경제정책이나 인재등용은 물론 사회정책에까지 적용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바로 시장의 기능을 앞서 꿰뚫어 보고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항상 “낮은 성과보다도 좋은 성과에 보상해야 한다.”고 경제인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강조하고 직접 실천하였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시장이나 관치에 의한 경제적 차별화에 수반하는 개인 간, 기업 간, 지역 간 일정한 정도의 경제적 차이, 차등이나 불평등은 경제번영의 전제조건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면 경제적 평등은 경제발전의 안티테제이다. 물론 정부의 부당한, 다시 말해 각자의 경제적 성과에 관계없이 부당하게 지원하거나 차별함으로써 생기는 부당하고, 과도한 불평등이나 평등 모두 경제번영의 적임을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관치 차별화 전략은 바로“경제의 시장화(市場化) 전략”

산업혁명, 혹은 산업화의 과정은 잠자는 농경사회를 깨워 자본주의 시장으로 편입시키는, 소위 시장화 과정이다. 산업화를 지향하는 후진국들이나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체제 전환국이나 모두 거쳐야 할 필수과정이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은 아직도 시장화의 성공전략을 체계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의 제도적 받침틀인 사유재산권 제도의 정비와 경제적 자유의 신장을 절체절명의 과제라 하고 있으나 오늘날 (물론 그 제도적 완벽성에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지만) 북한 빼고 이런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않은 나라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택한 신생국들 중에 성공적 산업화사례가 많지 않고, 체제 전환국들 중에도 중국 정도를 빼고는 역동적 발전사례가 많지 않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제도란 하나의 경기규칙으로서 인센티브 장치에 해당된다. 개인의 사유재산권과 경제적 자유의 보장은 바로 열심히 노력하여 재물을 얻으면 자신이 소유하고 상속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는 경기규칙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제도가 들어와도 사람들이 왜 미친 듯이 하루아침에 돌변하여 개인의 이익확대를 위해 내달리지 않는 것인가. 다시 말해 시장화에 필요한 제도, 즉 경기규칙이 들어와도 왜 열심히 움직여 부자경쟁에 나서지 않는 것인가? 답은 과거의 규칙에 안주해온 사람들은 경로의존성(經路依存性)의 덫에 갇혀 새로운 규칙이 들어와도 별로 움직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타성과 관성에 젖어 새로운 규칙에 따라 바뀌려 하는 인센티브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농촌을 중심으로 한 한국사회도 시장화에 필요한 모든 장치가 건국과 더불어 갖추어졌지만 20여 년에 걸쳐 (물론 6·25 전쟁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꼼짝도 하지 않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체제 전환국 사람들도 자본주의에 편입된 지 20여 년이 지나고 있으나 모두 아직도 사회주의 이념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좌승희 著)은 ‘기피의 대상’으로 방치된 한국경제의 핵심적 시기를 경제학적 분석의 화두로 삼은 저작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경제의 기능적 본질에 입각하여 박정희 시대를 분석함으로써 박정희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성공원리를 밝히고 있다.

그럼 과거로부터의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에 적극참여하게 하는 길, 즉 산업화 도약을 위한 시장화를 촉진하는 길은 무엇인가? 바로 한국의 수출촉진 정책, 중화학공업화 정책, 새마을운동과 같은 관치 차별화 정책의 성공경험에 답이 있다. 우선 시장은 무엇이라 했는가? 바로 경제적 차별화를 통해 불평등의 압력을 높임으로써 동기를 부여하여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성장의 길, 성공의 길로 나서게 만드는 유인기제(incentive mechanism)라 했다. 시장의 본질은 바로 차별을 통한 동기부여와 이를 통한 성공경쟁의 촉진에 있는 것이다. 사유재산권이나 경제적 자유가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이유가 바로 그 경제적 차등과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인센티브 차별화 기능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들이 수십 년이나 혹은 그 이상의 장기간 동안에 걸쳐서도 산업화라는 경제적 도약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는 까닭은 바로 이 제도들의 인센티브 차별화 기능이 미약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새로운 경제발전이론은 시장의 차별화 기능 실패라 했으며 이를 극복하기위해 정부에 의한 경제적 차별화 기능이 필요하다 하였다. 정부에 의한 경제적 보상 차별화, 즉 ‘관치 차별화 전략’이야말로 바로 정부가 직접 인센티브를 차별화한 강력한 경쟁의 게임규칙을 작동시켜 시장의 보상기능을 보완, 강화함으로써 잠자던 중소기업들과 농촌, 개인들을 깨워 일으킨 시장화 운동이었던 것이다. “스스로 돕는 자만 돕는다.”는 인센티브가 차별화된 수출과 중화학공업 지원이나 새마을운동의 경기규칙은 전국을 성공을 향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몰입시킴으로써 너도 나도 “시장화 경쟁”에 나서게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래서 관치 차별화 전략은 ‘시장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후진국들, 체제전환국들의 산업화를 위해 주류경제학적 사고로는 답을 찾기 어려운 꼭 필요한 ‘시장화운동’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선·후진국 경제발전 정책에 대한 함의

한국의 개발연대 ‘관치 차별화’ 전략은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적절히 차등하여 국민을 발전의 정신, 소위 “하면 된다.”의 정신 소유자로 전환시킴으로써 경제발전의 역동성을 창출해 낼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시장의 차별화 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후진국의 경우나, 혹은 사민주의 체제 아래 국민들이 너무 정부 의존적인 경우 관치 차별화는 시장의 차별화 기능을 강화하여 경쟁과 창의의 동기를 이끌어냄으로써 성장·발전의 역동성을 살려 내기 위한 유용한 발전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후진국들이 사회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사회적 역량강화(social empowerment)라는 미명 아래 경제평등의 이상을 실현한다고 한정된 자원을 모두 균등 분배함으로써 역으로 자조정신을 파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성과에 보상한다.”는 관치 차별화 원리는 경제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함에 있어서도 바로 이 점이 부각되어야 우리가 성공했던 수출육성정책, 산업정책, 농촌개발정책, 중소기업 육성정책 등의 진수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사회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경제평등의 이상을 실현한다고 재분배정책을 강화해 온 서구 선진국들은 오히려 저성장과 하향 평준화된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또한 시장의 차별화 기능에 역행하여 과도한 평등을 추구해 온 결과이다. 이를 관치 평등화 혹은 관치 평등주의라 할 수 있다. 경제적 취약계층의 역량 강화는 평등지원이 아니라 철저한 성과에 기초한 차별적 지원정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한국의 개발연대 경제발전 정책의 교훈을 적극 수용해야 선진국의 저성장, 양극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 좌승희 교수는 "현대적 의미의 기업이야말로 생산요소를 효과적으로 결합·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 또는 부(富)를 창출하는 핵심장치"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요체는 ‘시장경제’라기보다는 ‘기업경제’라 칭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좌 교수는 박정희 경제정책이 자본주의 본질적 기능인 ‘기업경제’에 부합하도록 추진되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시대 정책패러다임을 ‘기업부국 패러다임’으로 정의한다./사진=미디어펜

결국 사회역량 강화 정책이나 재분배 복지정책은 반드시 성과에 따른 보상차별화를 통해서 모든 대상자들을 자조·자립하는 국민들로 바꾸어 내야만 그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경제적 차별화 원리는 후진국의 성장역량 강화와 동시에 선진국의 실패하는 사회복지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필수불가결한 정책원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대단히 흥미로운 성공 사례이다. 이 운동은 ‘좋은 성과를 우대하는 경제적 차별화 전략’으로 농촌의식을 자조·자립정신으로 바꾼 사회개혁정책으로서만이 아니라 농촌의 소득향상을 이끈 경제발전 정책으로서의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달성한 경우였다. 무차별적 지원으로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현재의 사회복지 정책에 비추어 볼 때 새마을운동의 성공 사례는 정책수혜자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노력과 성과에 따라 지원을 달리 하여 동기를 부여하는 차별적 지원 정책만이 현재의 실패하는 사회복지정책 패러다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사회정책은 물론 심지어 발전정책의 경우마저도 차별적 지원이 아니라 성과와 무관한 반차별적 지원이 일상화되었다. 결국 도덕적 해이와 낭비가 초래되어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멀쩡한 사람조차도 지원의 우산 속으로 밀어 넣어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차별화 경제정책 패러다임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그 의의와 일반적인 응용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미디어펜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