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부동산시장이 술렁인다. 정계가 이른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탄핵 이슈가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매우 낮다는 분석이다.
|
|
|
▲ 정계가 탄핵 정국 등으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2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9일 기준)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내려 지난주(-0.02%) 대비 하락폭이 확대됐다.
수도권은 지난주 0.01%에서 이번 주 0.00%로 보합 전환했으며 서울은 지난주 0.04%에서 0.02%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지방은 지난주 –0.04%에서 이번 주 –0.05%로 하락폭이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일부 선호 단지에 대한 수요는 유지되고 있으나 대출 규제 여파 등으로 관망세 짙어지며 거래 문의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등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도 하락 거래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대 ‘청담건영아파트’ 전용면적 84㎡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25억 원(4층)에 거래됐다.
지난달 11일 같은 동·면적 18층 매물이 35억 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며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0억 원이 차이 난다.
경기 광명시 일대 ‘철산센트럴푸르지오’ 59.99㎡ 또한 지난 7일 6억5000만 원(14층)에 매매돼 직전 거래인 10억 원(24층)보다 3억5000만 원 내렸다.
현장에서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냉랭해진 시장 분위기가 감지되는 모양새다. 세종시 일대 공인중개사 A씨는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분위기는 계속 안 좋았다”며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지난주 초와 비교하면 이번 주는 더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하락 거래들이 단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시장 위축의 일환으로 단정 짓기에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청담건영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거래가격은 향과 층에 따라 매물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전용면적이라도 금액만 놓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청담건영아파트의 경우 한강 조망 여부 등에 따라 거래가격이 크게 갈리기 때문에 해당 거래가 비상계엄 등 영향으로 인한 하락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분양시장에서도 탄핵 정국으로 인한 여파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다. DL이앤씨가 서울 서초구 일대 공급하는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지난 10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총 71가구 모집에 3만4279명이 몰려 평균 482.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해당 단지는 이른바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84㎡가 20억 원이 넘는 금액대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전문가들 또한 부동산 시장 특성상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등 정계 이슈가 단기간 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어렵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시장에서 탄핵 이슈는 긍정·부정적 요소 중 어느 한 쪽으로 재단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윤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시장에 실질적으로 영향이 오게 되는 건 이번 탄핵 이슈가 금융 시스템 쪽으로 전이됐을 경우”라며 “정치 이슈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흔들린 경험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탄핵 이슈로 정권이 바뀌든, 안 바뀌든 ‘공급 확대’라는 패러다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부동산은 다른 금융자산과 달리 이러한 단기적 이슈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바라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비상계엄이 건설경기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정책 방향 변동 가능성이 있어 이 부분에서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현재 탄핵 이슈는 상황여건이 확연하게 다른 만큼 유사점을 찾을 필요가 없다”며 “지금은 서울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 수요가 꾸준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향후 부동산 시장 주요 변수는 금리와 대출 규제라고 봐야 한다”며 “기준금리를 내려도 실제 대출금리 인하가 수반되지 않으면 민간에서 체감 효과, 특히 주택 구매 등에서는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