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브랜드, 일본 안방 동남아까지 영향력 확대…글로벌 권역 주도권 경쟁 치열
중국 완성차업계, 하이브리드 진출로 영향력 확대…유럽 현지 시장까지 손길 뻗어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중국 완성차 브랜드들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빠른 전동화 전환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BYD와 지리자동차그룹 등의 중국 브랜드들이 해외로 판세를 적극 확대하는 등 글로벌 주도권 장악에 나서고 있다.

   
▲ 중국 비야디(BYD)의 전기차 모델 ‘한’./사진=비야디


1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 브랜드들은 내수 시장에서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해외 브랜드 입지를 축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브랜드는 폭스바겐그룹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경제지 비르트샤브츠보헤는 폭스바겐이 중국 난징 공장 철수를 결정한 이후 생산시설 26곳 중 가동률이 낮은 생산시설을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철수를 결정한 난징공장의 경우 대표적인 내연기관 모델인 파사트와 스코다의 카미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 가동률이 떨어지자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폭스바겐은 최근 위구르 강제노동 의혹을 받은 신장 자치구 공장도 SMVIC에 매각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폭스바겐은 1980년대 중반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최근 몇 년간 내수 침체와 BYD(비야디) 등 중국 브랜드들의 성장으로 인해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다.

독일 현지에서도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조 반대와 격돌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노조는 공장폐쇄 계획 철회를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독일 공장 10곳 중 9곳은 4시간 가량 파업했다.

폭스바겐은 비용 절감이 필요해 독일 공장 최소 3곳 폐쇄와 인력 감축, 임금 10% 삭감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독일 정부에서까지 인력 구조조정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브랜드, 동남아 공략에도 속도…닛산·토요타·혼다 입지 흔들

   
▲ 닛산자동차 본사의 기업로고 /사진=연합뉴스


올해 들어 중국 브랜드들의 권역별 공략은 일본이 강자로 군림하던 동남아지역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태국 내 닛산의 2개 공장 중 1공장은 생산을 중단하고 내년 9월까지 2공장으로 통합 운영한다.

1공장의 축소로 인해 근무자 1000명 가량의 일자리가 위기에 놓이게 됐다. 닛산은 "태국 1공장은 설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일부 통합을 진행 중이며 문을 닫는 공장은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일자리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내연기관에서 강세를 보이던 다수의 일본 브랜드들의 동남아 점유율은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회계연도를 따르면 닛산의 태국 판매량은 1만4224대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7% 감소한 수치다.

토요타와 혼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닛산보다 판매 및 생산 규모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태국 내 점유율이 80%를 하회했다. 또 다른 일본 브랜드 스즈키의 경우 내년 말까지 태국 공장의 문을 닫는다고 밝혔으며, 혼다는 태국 아유타야주 공장 가동을 중지하고 쁘라찐부리주 공장으로 생산을 통합한다고 밝혔다.

이런 일본 브랜드들의 공장 연쇄이동은 중국 브랜드들의 확장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7월 비야디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태국에서 첫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또한 광저우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자회사 아이온도 첫 해외공장을 태국으로 낙점했다.


◆빠른 전동화 나선 중국 완성차…하이브리드 시장까지 손길

업계에서는 다수의 브랜드들이 중국 브랜드에 밀려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주된 이유로 전동화의 시점이 달랐기 때문으로 꼽는다. 비교적 빠른 시기에 전동화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격경쟁력을 강점으로 갖고 있는 중국 완성차업체에 비해 일본과 폭스바겐그룹의 전동화는 미진했다는 평가다.

다만 글로벌 시장은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현상)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들어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중국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영향력을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이 트럼프 집권으로 인해 관세가 추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하이브리드로 눈을 돌리는 이유와 맞물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비야디와 상하이자동차 등 브랜드들은 EU(유럽연합) 관세에 대응을 위해 지잔 10월부터 하이브리드 차량 수출을 통해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가 내세운 관세 정책은 하이브리드 차량에 한해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 통계에 따르면 9월 EU 신규 판매 차량 가운데 하이브리차 비중은 32.8%를 기록했다. 이는 휘발유 차량의 비중 29.8%보다 높은 수치다. 이어진 10월 통계에서도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33.3%로 휘발유 차량(30.8%)보다 판매량이 많았다.

문제는 중국브랜드들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가격경쟁력이 무기라는 점이다. 이른바 '가성비' 전략을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대입하면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도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야디도 유럽 현지 공장 생산을 검토하고 있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비야디는 오는 2026년부터 헝가리 공장에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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