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대부분 원가율 90%대…'적정' 80% 넘어 치솟아
정국 혼란, 고환율·금리 변수 커져…정부 공사비 관리 의지 실천 미지수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건설 경기 불황의 주요인인 원가율 상승이 국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더욱 심화될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원가율에 직접 영향을 주는 환율이 비상 계엄령과 탄핵 논란 이후 상승했고, 내년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더디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서울의 한 건설 현장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10대 건설사(삼성물산 제외)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92.85%로 집계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원가율을 공개하지 않는다.

현대엔지니어링으로(95.88%), 현대건설(95.78%), SK에코플랜트(93.60%), 대우건설(93.36%), 포스코이앤씨(92.72%), 롯데건설(92.49%), GS건설(91.75%), HDC현대산업개발(91.03%) 등이 원가율 90%을 넘었고, DL이앤씨(89.06%)만 80%대 원가율을 기록했다.

원가율은 매출에서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통상 80%대를 적정 원가율로 보는데,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90%대 원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원가율은 지난해부터 치솟기 시작해 올해 특히 많이 올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건설공사비지수는 130.45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4년 전인 2020년 9월(100.64)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올랐다.

건설사들은 2~3년 전 수주한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비가 급등했고, 분양가 인상을 두고 조합 측과 갈등을 빚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공사비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지 못하면 건설사는 공사를 하면 할 수록 손해를 보게 되는데, 실제로 이런 이유로 올해 내내 신규 수주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버티기'에 집중한 중소형 건설사들도 적지 않다. 대형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원가율이 95%에 달해 3분기 영업이익률 1%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가율이 95%라면 매출 1억 원에서 원자재 가격 9500만 원을 사용하고 남은 500만 원으로 각종 세금, 영업인력 운용 비용, 판매관리비 등을 지출하고 남은 금액을 이익으로 가져간다. 원가율이 높으면 사실상 남는게 없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 비상경영으로 꾸역꾸역 버텨온 건설사들이 올해 수준의 원가율을 1년 더 버티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원가율을 둘러싼 대내외적 조건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우선 환율이 치솟았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이 있은 후 몇 시간 뒤인 4일 새벽에는 환율이 1446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뒤이어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이날 현재 환율은 1433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 국가신뢰도에 부정적 인상을 심어줘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환율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   
정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도 표류할 수 있다. 해당 방안은 2026년까지 공사비 상승률을 연 2% 내외로 관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치솟은 공사비를 안정화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기로 했지만 정치적 혼란이 심화되고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이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금리 인하 속도 완화 내지 조기 종료 전망도 원가율 개선에 좋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아이엠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양호한 미국 경제를 바탕으로 주가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는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 연준은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권에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면서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 기준금리 인하가 조기 종료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공식 취임과 더불어 본격화될 관세 등 각종 정책이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론에 힘을 더해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내년에 순차적으로 단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미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작은 수준으로 그칠 경우 국내 기준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금리가 높게 형성되면 공사 진행에서 소요되는 대출 이자도 증가해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자체를 번복한 것은 아니어서 내년 하반기에는 공사비 인하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초부터 건설사들이 원가율 개선과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고, 최근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있었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자재 수급과 자금조달 등에서 완화된 여건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재집권과 국내 탄핵 정국 장기화로 환율 상승이라는 변수가 부상했다"면서도 "건설사들이 불황에 대비해 선별 수주 등 보수적인 경영 방침을 고수해온 만큼 대응력을 집중하면 원가율 관리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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