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한글날을 맞아 한글 파괴, 외래어 오남용 실태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가 큰 가운데 환자들이 수술을 앞두고 서명하는 수술동의서도 이해도 점수가 70점대에 그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9일 부산대 간호대학 정인숙 교수팀이 대한의료윤리학회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지난해 7~8월 한 정형외과 병원에 수술을 목적으로 입원한 환자 243명을 대상으로 수술동의서에 대한 주관적 이해도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73.9점을 기록했다. 환자들이 수술동의서에 적힌 내용을 70% 정도만 제대로 이해한 셈이다.
수술동의서에 적힌 용어에 대한 인지도도 낮았다.
의료진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후 기억하고 있는 용어는 10개 중 평균 6.24개였다. 용어에 대한 낮은 인지도는 50대 이상, 중졸 이하의 학력에서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수술동의서에 적힌 의학용어 중 '색전증'(혈액 찌꺼기인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는 질환)을 인지한다는 응답이 32.5%에 그쳤다. 수술동의서에 대한 설명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68.04점으로 더 낮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는 수술 전 동의서 작성에 앞서 설명을 들었음에도 수술동의서에 기술된 용어 중 일부만을 알고 있었으며, 주관적 이해도는 물론 설명만족도 또한 낮았다"면서 "비록 수술동의서를 설명하고 서명을 받았다 하더라도 환자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적절한 보충 설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정은 비단 수술동의서뿐만이 아니다.
연구팀이 지난해 병원에서 시행하는 약물 임상시험에 참가한 60명을 대상으로 서면동의서에 대한 이해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100점 만점에 주관적 이해도는 58.6점으로 낙제점에 해당했다. 임상시험 참여결정에 대한 후회도는 42.9점이나 됐다.
경북대 대학원 의학과 안주희씨가 시행한 석사학위 논문에서도 이런 문제가 관찰된다.
소아청소년과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아이의 부모 3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동의서에 대한 이해도 조사결과를 보면 주관적 이해도의 평균점수는 5점 만점에 3.92점에 그쳤다.
안주희씨는 논문에서 "임상시험 설명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에 걸쳐 쉬운 용어로 설명하되 대상자가 이해했는지 명확히 하기 위해 다시 효율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