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비 낮은 임금 및 시간외수당 미지급 논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이달 말 단독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 대비 낮은 임금과 추가 근무에 따른 시간외수당 미지급이 주요 원인이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인 동시에 국책공공기관인 탓에 정부(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 증액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사측·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협상을 난항을 빚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가 이달 말 단독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노조는 전날 총파업을 위한 법적 절차인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95%(총 6241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 투표율은 총 인원의 88%에 달했다.

   
▲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이달 말 단독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 대비 낮은 임금과 추가 근무에 따른 시간외수당 미지급이 주요 원인이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인 동시에 국책공공기관인 탓에 정부(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 증액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사측·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협상을 난항을 빚는 모습이다./사진=기업은행 제공


기업은행은 현재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인데, 노조 측은 △차별 임금 △체불 임금 등 크게 두 가지를 사유로 총파업까지 추진 중이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금융노조 위원장)은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동일 노동을 제공하는 시중은행보다 30% 적은 임금을 직원에게 지급하고, 정부의 총인건비 제한을 핑계로 직원 1인당 약 600만원에 이르는 시간외근무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전자가 차별 임금이고, 후자는 임금 체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해결할 안건을 사측에 요구하며 지난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결렬됐다"며 "3번의 대표단 교섭, 10번의 실무자 협상, 두 차례의 중앙노동위 조정 절차까지 거쳤으나 은행은 노조가 요구하는 주요 사항 모두를 '정부 승인이 먼저'라며 거부했다"고 했다. 

이에 노조 측은 △이익배분제 도입을 통한 특별성과급 지급 △밀린 보상휴가(시간외수당) 현금 지급 △우리사주 금액 증액 등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요구는 역대급 당기순이익 시현에도 불구, 그에 따른 보상이 타행 대비 저조한 까닭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2조 1977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해 전년 동기 대비 약 3.6% 성장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급여는 8524만원으로 1년 전 8717만원보다 약 2.21% 줄었다. 급여에 반영되는 1인당 성과급도 1442만원을 기록해 전년 1509만원 대비 약 4.44% 삭감됐다. 이는 △직원 수 변경 △보수규정 내 중식대 관련 규정 변경 등의 요인도 있지만, 금융위원회의 '국책은행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업적성과급 지급률'이 전년 대비 0.20%p 하락한 영향이 컸다. 

업적성과급 지급률은 평가대상 연도 월기본급에 지급률을 곱하는데, 2021년 S등급(지급률 200%)에서 이듬해 A등급(180%)로 하락했다. 이에 지난해 기본급·상여금(일반·성과급)·기타근로소득 등 전 소득항목에서 2022년 대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장사로 역대급 순이익을 거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과는 사뭇 대비된다. 지난해 4대 은행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 1600만원에 달한다. 기업은행과 4대 은행의 평균값을 비교하면 약 3076만원의 격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는 시중은행이 PS제도에 따라 초과 달성된 이익에 대해서는 직원들에게 연말에 배분·지급하는 반면, 기업은행은 기재부 지분(59.5%)이 대거 투입된 국책은행인 탓에 정부 기준에 따라 성과급 지급을 제한하는 까닭이다.
 
노조 측은 시중은행과 동일한 고객층(개인·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고 국책은행 유일의 상장사인 만큼, 시중은행 수준에 상응하는 복지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간외근무수당 미지급도 논란거리다. 직원들은 시간외근무 시 수당이나 휴가를 택할 수 있는데, 정부 지침 내에서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 탓에 대부분 휴가를 택하고 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쌓이는 연차휴가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입장에서 인력 부족으로 고객응대도 어려운 상황인데, 영업점 직원이 한 달씩 휴가를 가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직원들 대부분이 이미 20~30일의 휴가를 확보 중인데, 보상휴가를 추가로 받더라도 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일반 시중은행은 임금에 불만이 있으면 노사교섭에 따라 합의를 하면 되는데, 기업은행은 노사가 교섭을 하더라도 정부(기재부)에서 인건비 지침이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지침으로 이런 부분을 다 컨트롤하기 때문에 사실상 법적 조치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부연했다.

특히 노조는 장기적으로 '선호하는 직장'에서 멀어지는 점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낮은 연봉 및 수당, 거듭되는 지방이전 논란 등이 주 요인이다. 실제 지난해 기업은행 신입행원 채용경쟁률은 46.3대 1로 5년 전 2019년 88.3대 1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2022년에는 경쟁률이 41.8대 1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한참 주가를 날려야 할 실무진들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타행으로 이직행렬에 나서고 있다.

한 관계자는 "비대면·IT 관련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네이버·카카오나 시중은행의 임금·복지가 잘 돼 있다보니, (기업은행으로선) 인력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며 "직원 경쟁력이 약화되면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사실상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국제노동기구(ILO) 제소 △공운법 개정 △정부 지침에 대한 헌법 소원 등을 추진했다. 아울러 오는 17일 기업은행 본점에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 예정인데, 정부와 사측이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이달 말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기업은행 측은 "아직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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