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대한항공이 4년여 만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과 함께 통합항공사로서의 첫걸음을 디뎠다. 대한항공은 오는 2026년 말까지 약 2년 동안 아시아나항공을 별도 브랜드로 운영하면서 순차적 통합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후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양사 산하 저비용항공사(LCC) 3사의 통합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뚝심 있게 두 항공사의 합병을 추진해 왔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독점 우려에 따라 파리(프랑스), 로마(이탈리아), 바르셀로나(스페인), 프랑크푸르트(독일) 등 4개 여객 노선을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에 이관하고,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부를 에어인천에 매각하는 등 경쟁당국들의 까다로운 시정조치들을 이행하며 길고 긴 합병의 터널을 묵묵히 걸어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세계 10위권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됐다. 국내 항공산업 구조개편 및 규모의 경제에 따른 항공 경쟁력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기존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계엄·탄핵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대·내외 위험 요인이 커진 것은 변수다.
세계 10위권 국내 항공사 탄생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양대 국적 항공사 시대가 저물고 유일한 국적항공사가 탄생하면서 경쟁력 기대와 함께 항공권 가격 상승, 구조조정, 마일리지 전환 비율 등 여러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독과점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핵심은 항공권 가격 상승인데 정부가 독과점이 우려되는 중복 국제노선의 항공권 가격 인상을 제한하겠다고 나선 만큼 우려하는 만큼의 가격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여러 차례 인력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사업량 증가에 따른 인력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중복 인력 재배치에 따라 우려하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직원들의 걱정거리가 '구조조정'이라면 소비자들의 걱정거리는 '마일리지'다. 소비자들은 그간 쌓아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제대로 사용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통상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아시아나 마일리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1대1 비율로 같은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마일리지 전환 문제는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1대 1 비율로 전환했을 때는 오히려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비율이 낮게 책정되면 또 그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가 생길 수 있다. 업계에서는 1대 0.7 정도가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할 접점을 찾는 것이 대한항공에게 주어진 과제다. 대한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내년 6월까지 양사 간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보고하고, 이후 면밀한 협의를 거쳐 고객 대상으로 이를 고지한다는 방침이다.
많은 신혼 부부들이 신혼 초 "이런 문제로 싸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소한 일로 싸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몇 십 년을 따로 살아온 두 사람이기 때문에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한다.
고작 사람 2명이 만나도 그러한데 30년이 넘게 독자적으로 운영돼 온 대형항공사의 합병이 어떻게 물 흐르듯 순탄하기만 하겠는가. 아시아나항공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기간동안 내·외부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화학적 결합을 위한 단계적인 융합 과정을 단단히 밟아나가길 바란다. 더 높게 비상하기 위해.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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