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등 6개 법안 거부권 행사 대신 ‘경제’ 집중
野 거부권 행사 시 韓탄핵 예고에 고심 깊어질 듯
[미디어펜=최인혁 기자]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열린 정기 국무회의에서 재정 당국에게 "내년도 예산안이 새해 첫날부터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예산 배정을 신속히 마무리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경제가 조기에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가 재정과 공공기관, 민간투자 등 가용 재원을 총동원해 내년 상반기에 집중 집행해주길 바란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권한대행 체제에서 열린 첫 정기 국무회의다.

한 권한대행은 "서민 생계 부담 완화, 취약 계층 보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첨단산업 육성 등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경제 활력 확산을 위해 마련된 예산이 속도감 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길 바란다"라고도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재의요구권과 관련한 언급은 삼갔다. 탄핵 정국을 안정화하기 위해 야당의 협조가 중요한 상황인 만큼, 숨 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피의자 신분임에도 탄핵소추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12.17./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권한대행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어 일단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한 권한대행이)현상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면서 한 권한대행이 김건희 특검법 및 내란특검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언제든 탄핵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에 한 권한대행은 이날 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4법 개정안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해당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향후 야권과 정면충돌할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강행처리됐으며,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됐다. 법안들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1일까지다. 따라서 한 권한대행이 해당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번 주 내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해야 한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해당 법안들에 대해 국회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한 뒤 금주 내 거부권 행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거부권)기한이 21일 까지기 때문에 이번 주 안에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6개 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최종 결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총리께서 말씀하신 대로 법안을 검토하고 판단하는 기준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느냐, 국민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될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법률적으로는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 고건 권한대행은 ‘거창 양민 학살사건의 보상에 대한 특별법’과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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