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지수' 관심 시들…주주가치 훼손사례 연중 내내 이어져
2640선에서 올 한 해를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결국 연초 수준을 지키지 못한 채로 연말을 맞았다. 7월 중순까지만 해도 2900선 가까이 고점을 높이며 ‘코스피 3000’ 기대감을 자아냈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이 여름 이후 대선 구도로 가열되며 빅테크는 물론 그 주변 종목들에 대해서까지 ‘랠리’ 장세가 시작된 반면, 한국 증시와 관련해선 좋은 소식을 찾기조차 쉽지 않았다. 똑똑해진 투자자들은 망설임 없이 ‘투자이민’을 시작했고, 우리 주식시장은 연초의 ‘밸류업’ 선언이 무색하게도 스스로의 가치를 하향재조정 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 앞에 직면해 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2024년 국내 주식시장 주요 이슈를 되돌아 본다. <편집자 주>

[2024결산-증권①]동학개미 ‘대탈출’…코인시장만도 못한 국내증시
[2024결산-증권②]금투세‧상법개정 1년 내내 ‘논란 또 논란’
[2024결산-증권③]밸류업 돛 올렸지만…스스로 초래한 ‘밸류다운’
[2024결산-증권④]‘IPO 불패는 옛말’ 상장 연기 또는 철회 수두룩
[2024결산-증권⑤]증권사 내부통제 이슈 도마 위에…중소형사 ‘지각변동’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밸류업(Value-up)’은 올 한 해 내내 국내 증시 화두의 중심에 있었다. 그 신호탄을 쏴올린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지난 1월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거론하면서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이때 주주보호를 위한다는 취지로 ‘상법 개정’에 대한 의지도 함께 천명했다.

   
▲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가치를 훼손한 ‘밸류 다운’ 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진 결과가 서학개미들의 대규모 ‘투자이민’이다./사진=김상문 기자


이른바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해소시키겠다는 취지로 대통령이 직접 의지를 보이자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2월까지 약 10조원 규모의 물량을 쓸어 담았다. 이들은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되며 시장의 기대감을 그대로 보여줬다.

하지만 훈풍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올해 5월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지만 세제 지원이나 상법 개정에 관한 부분이 언급되지 않자 시장은 즉각 기대치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9월 2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발표된 이후에는 ‘코스피200 지수와의 차이점을 모르겠다’는 비판과 함께 코스피 지수도 본격적인 하락장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KB금융 등 밸류업 지수에 거의 확실히 포함될 것으로 보였던 일부 종목들이 지수에서 탈락하면서 밸류업 지수 ‘기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지난 11일 주가지수운영위원회를 열어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에 대한 특별변경을 심의한 결과 KB금융‧하나금융지주‧SK텔레콤‧KT‧현대모비스 등 5종목을 오는 20일부터 신규편입하기로 했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다만 이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파동 등으로 불확실성 장세에 접어든 시장의 반응은 미진한 형편이다.

밸류업 지수와는 별도로 올 한 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소위 ‘쪼개기’ 상장, 경영진의 무책임한 주식 매도,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기습 유상증자 등의 사건은 꾸준히 이어졌다. 두산밥캣‧고려아연‧이수페타시스 등의 이름들이 연중 내내 시장에서 거론되며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감을 훼손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가치를 훼손한 ‘밸류 다운’ 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진 결과가 서학개미들의 대규모 ‘투자이민’이다. 한때 70% 수준까지 근접했던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 중 개인 투자자 비중은 이달 들어 40% 초반까지 떨어지며 ‘국장 탈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선 상법 개정을 통해 흐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재계의 반발과 우려가 만만치 않아 그 부작용에 대한 언급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트럼프 2기 체제가 출범하는데 한국은 시장 불확실성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면서 “국내 주식시장 매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돼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