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 철회 기업 33개…지난달 13개 신규 상장 기업 중 11곳 첫날 공모가 하회
2640선에서 올 한 해를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결국 연초 수준을 지키지 못한 채로 연말을 맞았다. 7월 중순까지만 해도 2900선 가까이 고점을 높이며 ‘코스피 3000’ 기대감을 자아냈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이 여름 이후 대선 구도로 가열되며 빅테크는 물론 그 주변 종목들에 대해서까지 ‘랠리’ 장세가 시작된 반면, 한국 증시와 관련해선 좋은 소식을 찾기조차 쉽지 않았다. 똑똑해진 투자자들은 망설임 없이 ‘투자이민’을 시작했고, 우리 주식시장은 연초의 ‘밸류업’ 선언이 무색하게도 스스로의 가치를 하향재조정 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 앞에 직면해 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2024년 국내 주식시장 주요 이슈를 되돌아 본다. <편집자 주>

[2024결산-증권①]동학개미 ‘대탈출’…코인시장만도 못한 국내증시
[2024결산-증권②]금투세‧상법개정 1년 내내 ‘논란 또 논란’
[2024결산-증권③]밸류업 돛 올렸지만…스스로 초래한 ‘밸류다운’
[2024결산-증권④]‘IPO 불패는 옛말’ 상장 연기 또는 철회 수두룩
[2024결산-증권⑤]증권사 내부통제 이슈 도마 위에…중소형사 ‘지각변동’

   
▲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유난히 부침을 겪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유난히 부침을 겪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상장 첫날부터 괜찮은 성적을 받아든 공모주들이 속속 등장하며 ‘불패 신화’가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8월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상장 첫날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공모주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됐다. 

지난달 신규 상장한 13개 기업 가운데 위츠(129.53%)와 더본코리아(51.18%)를 제외하면 모조리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처럼 시장 부진 속 탄핵정국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IPO 불패’는 옛말이 됐다. IPO를 준비하던 기업들은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거나 아예 철회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187곳 중 심사를 철회한 기업은 33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30곳)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장 철회 기업 숫자는 비슷하지만, IPO 시장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더 얼어붙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올 하반기 케이뱅크와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오름테라퓨틱 등이 상장 일정을 연기한 데 이어 이달에만 아스테라시스, 데이원컴퍼니, 삼양엔씨켐, 모티브링크, 아이에스티이 등 5개사가 추가로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증권가에서는 IPO 시장에 활기가 돌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의 반등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 들어 코스피는 6.43%, 코스닥은 19.5% 각각 하락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는 추세”라며 “종목에 대한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삼성증권 연구원도 “한동안 국내 IPO 시장에 대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리스크 확대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이어 “IPO 시장 흥행 여부는 국내 주식시장의 지수 반등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탄핵정국이 길어질 경우 내년 IPO 시장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 속 국내 증시 부진이 기업 이탈로 이어지고 이는 또 IPO 시장 위축을 이끌 수 있다”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수요 역시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무신사, 야놀자 등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들은 미국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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