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가 단일 PP로 전락한다는 상징적 사건

“쉽게 말하면, 지상파 3사가 대지 100평에서 건평 30평 건물로 살았는데, 강제철거하고 새롭게 30평 땅을 줄테니까, 너희들 돈으로 집 짓고 살라는 거죠. 방송사업자로서는 여유있게 100평을 썼는데, 30평으로 확 줄어드니까, 억울한 거죠. 무료 보편적 공신력을 갖고 있는 방송 3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된 거죠. 방송통신위원회 입장에서 방송 3사는 별 거 아니라는 거예요. 방송 사업자들이 무시당하는 것에 있어서 저는 전혀 억울하지 않아요. 시청자들의 보편적 방송 복지가 우려될 뿐이죠. (중략) 700MHz는 어차피 경매로 통신한테 넘어갈 것이고, 이 사건의 본질은 방송이 하나의 pp로 전락하는 상징적이고, 실체적인 사건으로 해석해야합니다. 단순한 사건이 아니죠,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 최영묵 토론자

“전파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전파는 국민의 재산입니다. 700MHz는 국민의 것입니다. 앞서 최영묵 토론자의 비유가 실감적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방송사업자들은 집주인이 아니고, 그냥 세입자들이죠. 방송의 도시개발을 해야 하니까, 그냥 눌러 살던 세입자들에게 방을 빼라면서 내쫓은 것이죠. 방송의 뉴타운 정책입니다. 이제 지상파 3사는 구석에 처박혀 살게 된 것이죠. 지상파 3사가 살던 700MHz는 특별분양을 한다는 게 바로 주파수 경매인 것이죠. 글쎄, 뉴타운 정책도 실패했다는데... 방송의 뉴타운 정책이 성공할까요”  / 강상현 좌장

방송협회가 '700MHz 주파수 경매'를 반대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방송협회가 '700MHz 주파수 경매'를 반대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15일 지상파 3사가 회원으로 있는 방송협회는 ‘700MHz 주파수 활용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프레스 센터 18층에서 주최했다.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700MHz 주파수 경매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광호 교수의 발제에 대해 대부분 토론자들이 찬성했지만, 통신업계 토론자와 방송통신위원회측 토론자가 빠져 있어서, 지상파 3사를 대변하는 토론회 수준에 머물렀다.

발제자를 포함해 대부분 토론자들은 “난시청 해소를 위해서 지상파 3사에게 700MHz가 필요할 수도 있다. 디지털 전환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2013년에 논의해도 늦지 않는데, 왜 벌써부터 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상파 3사의 난시청 주장은 사실 명분이 없다. 난시청 해소는 케이블 TV에서 상당부분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지상파 3사와 케이블 협회 간 이권싸움을 볼 때, 지상파 3사가 난시청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여지기 어렵다. 오히려, 지상파 3사가 ‘난시청’을 핑계로 국민의 재산인 700MHz에 ‘알박기’로 눌러앉겠다는 속셈을 감춘 것으로 분석된다.

토론자가 아닌 방청객에서 ‘SBS’ 소속을 밝힌 한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2012년 12월 31일 디지털전환 완료를 목표로 한다는데, 그 날은 아날로그의 종료일 뿐이다. 시민이나 소비자 입장에서 디지털방송의 시작일 뿐이다. 디지털방송이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주파수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그때를 대비해서 700MHz를 남겨놔야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협회가 '700MHz 주파수 경매'를 반대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방송협회가 '700MHz 주파수 경매'를 반대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SBS 관계자의 주장은 국민을 위해서 700MHz를 내놓지 않겠다는 것인데, 난시청 지대를 볼모삼아, 700MHz를 확보하겠다는 속뜻이 감춰진 것이다.

강상현 좌장의 지적처럼, 세입자에 불과한 방송사업자가 집주인 행세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뉴타운 업계에서 이러한 세입자를 일컬어 ‘알박기’라고 칭한다. 난시청을 들먹이는 지상파 3사에 대해서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이 따끔하게 지적했다.

“지상파 3사가 최근 케이블협회하고 재송신 분쟁이 붙었죠 아, 잘됐다. 이 싸움 오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싸움이 길어지면 누가 욕먹을까요 지상파 3사가 결국 욕먹게 됩니다. 방송망을 소홀히 관리한 책임을 그때서야 뼈저리게 후회할 겁니다. 지상파 3사는 700MHz를 무작정 요구만하지 말고, 시청자들을 위해서 직접 수신확대를 어떻게 할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길 바랍니다. 시청자들을 위해서 움직이지도 않고, 700MHz만 원한다면 누구도 호응하지 않을 겁니다”

오늘 논란에 오른 700MHz는 도달거리가 길고, 효율이 높아서 황금주파수로 불릴 정도로 가치가 높다. 700MHz는 698~806MHz 구간의 108MHz를 뜻한다. 이 주파수는 현재 지상파 3사에게 할당되어 있지만,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이 강제 종료되면서, 지상파 3사로부터 회수될 방침이다. 또 방송 3사는 470~698MHz 대역을 할당받게 된다.

김광호 교수도 “난시청을 제외하면 지상파 3사가 송신을 하는데 문제될 것은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지상파 3사가 난시청을 이유로 ‘700MHz 주파수 경매’를 반대하는 것은 700MHz에 대한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권적 억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방송의 디지털전환으로 남는 700Mhz는 국제적으로 통신용으로 할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