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택 창작판소리 50주년 기념 공연 ‘안중근’ 22일·27일 개최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민족과 국가를 위해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에 불을 당기다.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가 뮤지컬과 영화에 이어 창작 판소리로 우리를 찾아온다.

임진택 창작판소리 50주년 기념 공연 ‘안중근’이 오는 22일과 27일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창작판소리 ‘안중근’은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판소리로 엮은 작품으로, 명창이자 작가인 임진택이 안중근 의사의 옥중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를 기본으로 사설을 집필하고 소리를 붙여 작창했다.

   
▲ 지난 2021년 6월 창작판소리 ‘안중근’ 초연 공연에서 열창하는 명창 임진택./사진=민족예술창작원-마당판


사형 집행을 앞두고 안중근이 집필한 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의 자서전이랄 수 있는 ‘안응칠 역사’이고, 다른 하나는 미완성인 채 후대에 남겨진 ‘동양평화론’.

창작판소리 ‘안중근’은 안중근 의사가 1879년 황해도 해주에서 안응칠로 태어나 을사늑약에 비분강개하고 결국 조국이 사라진 시대에 의병 활동에 투신해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계획하고 하얼빈 의거를 결행에 옮기기까지의 삶의 궤적과 일본인이 차려놓은 법정에서 일본제국의 침략성과 대한 독립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이른바 ‘안중근 공판전쟁’을 수행하고, 끝내 사형선고를 받아 뤼순 감옥에서 유언을 남기고 죽음을 맞는 과정을 이야기와 소리로 엮어나간 작품이다.

1945년 해방 직후 박동실 명창이 이준, 안중근, 윤봉길 세 의사의 의거를 담은 ‘열사가’라는 판소리를 창작한 바 있다. 그러나 박동실 명창이 6.25 때 월북함으로써 그가 남긴 '열사가'는 오랫동안 금기시됐으며, 또한 '열사가' 안에 안중근 대목은 불과 20분 정도 분량으로 온전한 한바탕의 소리로서는 부족함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박동실 선생의 안중근 판소리는 지금 잘 불리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임진택 명창은 안중근 전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며, 안중근의 부활과 ‘안중근 판소리’의 부활은 시대적 소명이라는 생각으로 이번 작품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안중근이라는 대한국인을 우리시대의 새로운 의사(義士)로 부활시키는 작업을 개시해야 한다고 예기하고 있다. 

공연 시간 90분이 소요되는 임진택의 창작판소리 ‘안중근’은 기존 박동실 명창의 '열사가'에서의 안중근과는 분량에서부터 차이가 있으며, 이 작품의 내용과 사설은 기본적으로 안중근이 직접 집필한 자서전 ‘안응칠 역사’에 바탕하고 있다.

원래 전통판소리는 소리를 펼치는 한 사람의 광대와 북을 쳐주는 한 사람의 고수가 등장하는 소리판 양식. 그런데 3년전 창작판소리 ‘안중근’을 완성해 공연할 때 그 양식은 일종의 입체창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원래의 의도대로 광대가 혼자 창하고 한 사람의 고수가 북을 치는 전통 소리판 양식 그대로 재현한다는 게 제작진이 전하는 이야기. 90분이 넘는 공연 시간을 혼자서 다 담당해야 하니 ‘완창 판소리’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지난번 시도한 입체창 방식의 공연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므로 이번 공연이 창작판소리 ‘안중근’의 진정한 초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 박불똥 화백의 안중근 포토꼴라주 작품./사진=민족예술창작원 마당판


판소리 ‘안중근’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위해 안중근이 거동하는 10월 21일 밤부터 26일 아침까지의 연속된 긴박한 장면이다. 거사 결정과 작전 수립, 동지들과 접촉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의 이동, 그리고 상황에 따른 계획의 변경, 하얼빈역에서의 과감하면서도 단호한 저격이 이뤄지는 엿새간의 장면이 아니리(가락을 붙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줄거리를 설명하는 부분) 없이 소리로만, 장단 변화로만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이동, 그리고 비장함과 긴박감, 초조함과 긴장감, 통쾌함과 의연함을 담아 펼쳐내는 20분 분량의 장면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이 표현된다.

이번 공연에는 화가 박불똥이 미술감독을 맡아 작화에 나선다. 일반적으로 판소리 무대의 배경으로 쓰이는 병풍 대신에 시대를 담아내는 사진 영상을 기본으로 사용함에 더해, 특히 박불똥 화가의 포토콜라주 작품이 스크린에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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