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 군인 2만명, 주민 10만명을 동원한 것은 물론, 1조~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쏟은 것은 국제사회에 정권의 힘을 과시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권력 강화의 계기로 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무리하게 준비하는 바람에 경제가 휘청거린 것처럼 이번 행사가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각종 건설사업, 전시용 무기 준비, 주민 동원, 행사 도구 마련, 외신 초청 비용 등을 모두 합하면 우리 돈으로 1조~2조원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이런 비용 규모는 북한 1년 예산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기념일과 연계된 첨단 무기 개발 비용까지 더하면 액수는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행사 자체의 의미도 있고 김정은 시대가 개막하는 차원이기도 해서 북한이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측면이 있다"며 "1년 전부터 행사 준비에 돌입하고 북한 당국이 비용 마련에 애쓴 것도 이것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북한이 행사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외화 조달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일본의 산케이(産經)신문은 지난달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위해 외교관들에게 거액의 외화 조달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조달액은 1인당 최소 미화 100만 달러로 파악됐다.
또 북한 간부와 접촉하는 소식통은 북한이 행사에 맞춰 건설사업을 하거나 열병식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8월 주민들에게 가구당 중국 돈으로 40위안(한화 약 7461원)씩 징수했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일반 북한 노동자 월급의 2배 수준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기념일을 위한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로부터 5~10달러씩 강제적으로 돈을 걷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봉현 연구위원은 "특정 행사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하다 보면 경기가 악화하고 주민 생활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런 측면을 고려해 정권이 더욱 '인민 생활'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반면 북한 일부 계층은 행사를 통한 사기 진작으로 생활 여건이 좋아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북한 주민간 경제 양극화가 심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