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팬데믹 이후 주요국에서 '칩플레이션(Cheapflation)' 현상이 발생하면서 취약 계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심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향후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 특히 중저가 품목의 가격 안정이 집중함으로써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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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이후 주요국에서 '칩플레이션(Cheapflation)' 현상이 발생하면서 취약 계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심화된 것으로 평가된다./사진=백지현 기자 |
한국은행의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이 확인됐다. 이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음을 의미한다. 칩플레이션은 팬데믹 이후 주요국에서 저렴한 상품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다.
국내 칩플레이션은 주로 수입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 공급요인, 저렴한 상품으로의 지출 전환 수요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칩플레이션은 가계 소득계층 간 실효 물가의 격차를 벌림으로써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일반적으로 각 가계가 소비하는 품목의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경험하는 물가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비품목이 완전히 동일한 경우라도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을, 고소득층은 고가 상품을 주로 구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분위별로 상승률이 다르다면 각 소득 계층의 실효물가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각 소득계층이 같은 품목 내에서 저가·고가 상품에 대해 얼마나 지출하는지를 가정한 후 스캐너 물가지수의 상승률이 데이터와 결합해 계층별 실효물가를 추산한 결과, 지난 2019년 4월에서 2023년 3분기중 하위 20% 저소득층 실효물가의 누적 상승률(3.0%)은 상위 20% 고소득층(11.7%)에 비해 1.3% 포인트(p) 높게 나타났다.
한은은 "이러한 칩플레이션 효과에 소득분위별 소비품목 구성 차이에 따른 물가 상승률 격차(2019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 기준 1.1%p)까지 더해지면 가계 소득분위별 인플레이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칩플레이션은 물가급등기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저소득층의 피해가 크다면서 정부가 통화정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정책 측면에서는 향후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 특히 중·저가 상품의 가격안정에 집중함으로써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해외공급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할당관세나, 가격급등 품목에 대한 할인지원 시 중·저가 상품에 선별 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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